건축사란 세상을 디자인하고 사용자에게 보람을 주는 존재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라는 제목의 한시를 아시는가.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쓰던 시로 유명하다. 싯구는 이러하다. 눈 내린 들판 을 걸어갈 때(踏雪野中去) /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하지 말아라(不須胡亂行) / 오늘 내가 걸어간 이 발자국은(今日我行跡) /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遂 作後人程). 여기 뒷 사람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 함부로 발걸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이가 있다. 김경희 종합건축사사무소 연희엔지니어링 대표가 그다. 여성 건축사 로서 한 평생 대나무와 같은 올곧은 인성으로 진실한 인생을 살아온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은 책을 펴냈다. 그녀는 에세이집 <밥을 짓듯 건축하다> 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담하게 풀어냄과 동시에 차분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거짓 없는 삶의 기록과 그로부터 우 러난 깊은 사유의 흔적은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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