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e Leader - 더플레이컴퍼니 강윤정 대표이사

조직 구성원이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겪는 모든 ‘조직 경험’이 있다. 더플레이컴퍼니는 이 보이지 않는 경험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지속 가능하게 디자인하는 회사다. 2007년 창업 이래 18년간 ‘경험학습(LXD)’과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한 우물만을 파 온 그녀는 국내 최초의 ‘빅게임’ 기반 HRD 콘텐츠,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교육 콘텐츠 등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세워왔다. ‘게임으로 뭘 한다는 거냐’는 냉혹한 편견이 가득했던 ‘암흑기’를 뚫고 국내 30대 대기업 모두를 고객사로 만들기까지, 그녀의 원동력은 ‘퀄리티에 대한 집착’과 ‘겁 없는 도전 정신’이었다. AI가 한방향 강의를 끝낼 미래에도 ‘하이터치(High-Touch)’ 경험의 가치는 더욱 귀해질 것이라 확신하는 그녀는, 이제 조직을 넘어 마케팅, 브랜딩,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경험까지 설계하며 더 큰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의도를 보이는 경험으로 만드는’ 더플레이컴퍼니 강윤정 대표를 만나 그녀가 설계하는 혁신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더플레이컴퍼니는 기업을 대상으로 ‘조직 경험’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 개발, 제작하고 운영하는 회사다. 강윤정 대표는 ‘조직 경험’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에 대해 “구성원이 조직에 입사해 퇴사할 때까지 조직 내에서 경험하게 되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과 조직문화 경험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그녀와 더플레이컴퍼니의 핵심 임무다.
2007년에 창업해 올해로 18년 차를 맞이한 이 회사가 걸어온 길은 ‘혁신’ 그 자체였다. 그녀의 사업적 영감은 우연히 접한 덴마크 카오스필롯 대학의 리더십 워크숍에서 시작되었다. 3일 동안 레고 블럭만을 가지고 진행하는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Lego Serious Play)’ 워크숍은 그녀에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더플레이컴퍼니는 경험학습 방법론인 LXD(Learning eXperience Design)를 기반으로 행동설계디자인과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2년 SK아카데미와 함께 빅게임(Big game) 장르 기반의 HRD 콘텐츠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사례나,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교육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역시 최초로 개발한 것이 그 증거다. 18년간 개발한 프로젝트만 200여 개가 넘으며, 국내 30대 대기업들이 모두 그녀의 고객사다.
‘암흑기’를 버티게 한 힘, ‘애플’이라는 별명과 ‘플레이투어’
지금은 국내 최고 기업들의 파트너가 되었지만,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녀는 사업 초기 5년을 ‘암흑기’라고 부른다. 당시만 해도 기업교육 분야는 매우 보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나이도 많지 않은, 그것도 여자 대표가, 진중하고 무게를 잡아야 하는 기업 교육 분야에서 ‘본 적도 없는 게임’을 만들어와서는 ‘놀아야 한다’라고 하고, ‘직접 해보라’라고 하니 신뢰를 얻기 어려웠겠죠. 경험학습이라는 교수법도 익숙하지 않았고, 콘텐츠보다는 교수자의 권위와 명성에 더 무게가 실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녀의 경영 철학에 거대한 전환점이 된 사건은 창업 5년 차쯤이었다, 스타트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였다. 권 대표는 그녀에게 비즈니스 모델이 ‘블루칼라’인지 ‘화이트칼라’인지 물었다. 블루칼라가 자신의 시간과 체력을 1:1로 맞교환해 가치를 얻는 그룹이라면, 화이트칼라는 지식 자원을 토대로 무한히 확장, 다중 교환되며 가치를 획득하는 그룹을 의미했다.
“그 질문이 제게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몇개 안 되는 콘텐츠로 저 혼자 강의, 워크숍을 다니던 시절이었거든요. ‘내가 몸이 아파 강의를 하지 못하면 월급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블루칼라 개념과 맞닿으면서 엄청난 인사이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녀는 ‘화이트칼라’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단순한 강의 운영이 아닌, 전문적인 경험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고 판매하는 ‘IP 비즈니스’로 회사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과감한 결단과 실행력의 근원은 그녀 스스로 밝힌 ‘호기심과 무대뽀 정신’이다. 그녀는 궁금한 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남들이 ‘불은 뜨겁다’라고 말해도 직접 가스불에 손을 올려보고 ‘진짜 뜨겁네!’ 깨닫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설명한다. 창업도 큰 고민 없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고, 남들이 어렵다고 포기한 난이도 높은 프로젝트에 겁 없이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그녀는 “멘토가 없다”라고 말한다.
“제게는 호기심과 무대뽀 정신이 멘토인가 봅니다. 누군가의 지혜와 가이드를 받았다면 지금보다 조금 쉽게 왔을지 모르지만, 굴곡진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온들, 제가 닦아온 길이기에 후회도 없고요.”
이 철학은 회사 곳곳에 붙어있는 ‘일하는 방식 10가지’ 포스터에도 담겨있다. 그녀가 가장 중요하게 꼽는 1번과 10번은 ‘웃으면 복이 온다’와 ‘겁대가리 없는 놈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이다.
AI 시대, ‘하이터치’ 경험의 가치를 디자인하다
그녀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단연 ‘AI’다. 콘텐츠 제작에 들어갔던 시간과 노력을 AI가 획기적으로 줄여줄 뿐만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관심은 다른 기업들의 HR 부서와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임직원에게 AI 툴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육 프로그램과 조직문화 캠페인 그 자체에 AI 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리빌딩(Re-building)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여전히 많은 조직이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강사가 강의하고 교재를 나눠주는 기존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학습자가 AI와 직접 대화하는 설득, 협상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활용해 교육을 진행합니다. AI가 학습자와의 대화 내용을 평가해 리포팅까지 해주죠.”
그녀는 AI가 미래 교육 시장의 많은 것을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지식 전달형 교육은 모두 자동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일방향적 강의 포맷이 사라질 것이라 확신하는 동시에, 집체 교육 같은 오프라인 포맷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하이테크 시대에 하이터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처럼, 실제 구성원들이 모여 상호작용했을 때에만 도출되는 인사이트들이 분명 있습니다. 남는 것은 사람 사이의 공감, 피드백, 관계, 맥락 설계가 될 것입니다. 오히려 이 상호작용을 제대로 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는 콘텐츠를 더 잘,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더플레이컴퍼니는 이제 HR 분야를 넘어 마케팅, 브랜딩,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 영역을 심리스하게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의 베스트셀러 콘텐츠들을 다국어화하여 글로벌 판매로 나가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그녀가 훗날 기억되고 싶은 기업의 모습 역시 명확하다.
“하이테크 시대에 하이터치 경험을 제대로 디자인해 낼 수 있는 기업, 또 따뜻하고 다정한 조직문화를 가진, 잘 웃는 재밌는 사람들이 많은 기업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