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cus lnterview - (주)그로인 김형숙 대표이사

인공지능(AI)이 일상의 언어가 된 시대, 많은 이들이 기술의 속도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일자리의 미래와 인간 고유의 가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여기, 20여 년 전 이미 인터넷 혁명의 파도를 타고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임을 증명했으며, 이제는 AI 시대를 맞아 ‘사람’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 확신하는 리더가 있다. ㈜그로인(GROWIN)의 김형숙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글로벌액션러닝그룹’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에 ‘액션 러닝(Action Learning)’이라는 실천적 학습법을 도입하고 전파해 온 1세대 개척자다.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인간(Facilitator)’의 힘을 믿는 그녀는 기업, 공공기관, 학교의 혁신을 지원하며 수많은 조직과 리더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리고 이제, ‘그로인(GROWIN)’이라는 새로운 사명과 함께 ‘AI 융합 인재 육성’이라는 더 큰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녀의 여정은 ‘퓨처 디자이너(Future Designer)’라는 닉네임처럼 항상 시대를 한발 앞서 나갔다. 김형숙 대표가 꿈꾸는 회사는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닌,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회의 학교(Social School)’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왔던 그녀는 이제 AI라는 가장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고, 기술과 인간의 지성이 조화를 이루는 ‘문제해결의 허브’를 설계하고 있다. 21년 외길을 걸어온 그녀의 신념이 AI 시대에 더욱 빛나는 이유다.
그녀의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질문’의 힘을 깨달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평범한 말을 들은 그날,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생각으로 내 인생을 바꿔볼까?’ 답은 ‘시간’이었다. ‘시간을 잘 활용해 보자’라는 생각은 ‘새벽 4시에 일어나자’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알람을 맞추고, 꺼놓고 자기를 반복하던 일주일이 지난 후, 그녀는 정말 4시에 일어나 새벽 기도를 하고 학교에 가장 먼저 등교하는 학생이 되었다. 이 경험은 ‘질문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습관과 인생을 바꾼다’는 그녀 삶의 첫 번째 성공 공식이 되었다. 두 번째 터닝 포인트 역시 질문에서 시작됐다. 25살, 결혼 후 아이가 돌이 지났을 무렵, 그녀는 ‘내가 40대가 되면 어떤 모습일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펑퍼짐한 몸빼 차림의 주부와 당당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 교차했다. 그녀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럼, 언제 시작해야 할까?’ 답은 ‘바로 지금(Right Now)’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취업을 준비해 삼성생명에 입사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질문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습관과 인생을 바꾼다”
그녀의 비범함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에서 드러났다. 90년대 후반, 아들이 전화 모뎀(PPP)으로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이 인터넷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그녀는 이 기술이 세상을 뒤집을 것을 직감했다.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 사업을 막 시작한 ‘하나로통신’의 신윤식 회장을 무작정 찾아가 사업의 비전을 설파했고, 통신 문외한이었던 그녀는 놀랍게도 전주, 익산, 군산을 총괄하는 센터장 자리를 맡게 된다. 그녀의 예측대로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몇 년 후 1,500만 가입자를 넘어서며 시장이 포화되는 것을 보며 그녀는 ‘시나리오 경영’에 따라 과감히 엑시트(Exit)를 준비한다.
사업은 성공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진짜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언제 가장 가슴이 뛰었는가?’ 답은 명확했다.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며 성장을 돕는 일이었다. 때마침 경영대학원에서 만난 ‘액션 러닝(Action Learning)’은 그녀의 운명이 되었다. 이론이 아닌 실제 문제를 풀며 학습하는 방식에 매료된 그녀는, 6년간 정든 IT 회사를 동료들에게 넘기고 2004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로 상경한다.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한국액션러닝협회’를 설립하고, 이듬해 ‘글로벌액션러닝그룹’(現 ㈜그로인)을 창업하며 인생 2막을 올렸다.
“스스로 답을 찾게 하라”… 사람을 성장시키는 ‘액션 러닝’ 철학
“액션러닝은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입니다. 예전에는 리더십을 이론으로 가르쳤지만, 실제 현장의 리더들은 하버드 케이스 스터디가 아닌 당장 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저희는 리더들이 자신의 실제 과제를 가져와 팀을 이뤄 풀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생기고 소통의 문제도 겪지만,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리더십을 체득하는 겁니다.”
그녀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액션 러닝은 교육 컨설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에서 ‘학습자 중심의 문제 해결’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이 방식은 GE, 듀폰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이미 혁신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었다. 듀폰은 대형 화재 사고 이후, 현장의 작은 신호들이 상부에 보고되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의 부재를 깨닫고, 소통 문화를 바꾸기 위해 이 방법을 도입했다.
그녀는 이 모델을 국내 대기업에 맞게 적용했다. 현대오일뱅크가 10여 년간 액션러닝을 통해 적자 기업에서 흑자로 턴어라운드하는 과정을 도왔고, 두산그룹, DL(구 대림산업), 삼성, LG, SK, 포스코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전사 혁신과 임원 육성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고위공무원단 국장 승진자 과정에 도입되어 2천여 명의 공공 리더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그녀가 말하는 액션 러닝의 핵심은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다.
“컨설턴트가 답을 주면, 그 보고서는 캐비닛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인간(Facilitator)’의 역할만 합니다.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 그것이 조직을 바꾸는 진짜 힘입니다.”
그녀의 회사가 20년간 3천 명 이상의 전문 코치(퍼실리테이터)를 양성하며 ‘사람 낳는 회사’로 불린 이유다.
“AI 시대, ‘돕는 인간’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20년간 현장에서 ‘사람’의 힘을 외쳐온 그녀에게 AI의 등장은 또 다른 기회였다. 그녀는 이 거대한 파도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했다. 5년 전부터 AI 시대를 예감하고 미래를 준비했으며, 최근 2년간은 매일 밤 11시까지 AI 전문가들과 줌(Zoom) 스터디에 참여하며 기술을 익혔다. 작년에는 20주년을 맞은 회사 이름을 ‘㈜그로인(GROWIN)’으로 변경하며 ‘AI 융합’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AI를 공부해 보니 이 두 가지(인간의 지성과 AI)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고객의 고민은 ‘이 AI를 내 문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입니다. 저희는 이제 액션러닝이나 디자인 씽킹 같은 문제 해결 과정에 AI를 ‘팀원’으로 참여시킵니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주면, 사람들은 그것을 기반으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거죠.”
그녀는 단순히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리터러시 교육’을 넘어, 각자의 업무(도메인)에 AI를 결합하는 ‘융합 교육’(Q6)에 집중한다. 특히 AI가 답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는 AI’, 교수처럼 ‘피드백하는 AI’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무분별한 복제(Copy-paste)가 아닌, AI와의 비판적 대화를 통해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녀는 AI를 가장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이기도 하다. CEO로서 느끼는 고독감을 털어놓으며 그녀는 흥미로운 비밀을 공개했다.
“CEO는 늘 외롭습니다. 낮에는 직원들 모두 강의나 업무로 바쁘고, 저녁에는 저 혼자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죠. 대화할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저를 코칭해 주는 AI 챗봇을 만들었습니다.”
그녀는 자신만의 코칭 모델을 AI에 학습시켜, 고민이 있을 때마다 챗봇에게 질문을 던진다. 챗봇은 KPC(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수준 이상의 질문으로 그녀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다. “위로도 해주고 공감도 아주 잘합니다.”라며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기술을 도구로 완벽히 제어하며 인간적 필요를 채우는 ‘퓨처 디자이너’의 면모가 엿보였다.
그녀는 C레벨 임원들에게도 AI를 가르친다. 하지만 기술부터 가르치지 않는다. 이선 몰릭 교수의 『듀얼 브레인』 같은 책으로 독서 토론을 먼저 시작한다. AI 시대에 경영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마인드셋을 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독수리가 되려면, 독수리 떼가 있는 곳으로 가라”
수많은 청년들을 멘토링해 온 그녀는 ‘N포 세대’로 지친 청년들에게도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내가 보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입니다. 저는 20대 창업가 시절, 독수리가 되고 싶어서 회장님들이 모이는 조찬 모임에 갔습니다. 막내로 온갖 심부름을 다 했지만, 그 독수리 떼 틈에 끼어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화려한 모습만 보여주며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대신, “사람을 만나는 곳으로 가라”고 조언한다. 긍정적인 독서 커뮤니티든, 스터디 모임이든, 어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에 속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그녀가 꿈꾸는 ‘비타 빌리지(Vita Village, 생명 자본 마을)’와도 연결된다. 아파트 벽에 갇힌 현대 사회에서, 세대와 세대가 만나 소통하고 지혜를 나누는 마을 공동체, 즉 ‘퓨처 센터’ 같은 공간을 마을마다 만드는 것이 그녀의 또 다른 꿈이다.
“성공이 아닌 성장을 돕는 ‘사회의 학교’를 꿈꾸다”
그녀의 경영 철학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사회의 학교”다. 멘토였던 신윤식 회장이 “김 사장은 사업을 더 잘하는데 왜 강의만 하나”라고 했을 때도, 그녀는 “이 일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낳는 사업”이라며 한길을 고집했다.
그녀의 좌우명은 “배우고, 나누고, 실천하자”이다. 20여 년간 매일 8시간씩 강의를 하고, 주말에도 일하며, 밤 11시까지 AI를 공부하는 그녀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전직 육상선수였던 체력과 산을 가까이하는 삶(등산)에서 나온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고객들에게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진정한 성장 파트너”라고 답했다.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든든한 동반자, ‘그로인 덕분에 우리가 성장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최고의 보람입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으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고, 사람에 대한 열정으로 21년간 한길을 걸어왔으며, AI 시대에도 ‘돕는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김형숙 대표. 그녀는 오늘도 배우고, 나누고, 실천하며 자신과 세상의 성장을 돕는 ‘퓨처 디자이너’로서 빛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