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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먼저입니다(3)

  • 정진이 대표 기자
  • 입력 2026.06.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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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필자는 항상 잠깐 복도에 서 있는다. 문을 열기 직전의 그 10. 그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을 만나러 가는가, 아니면 이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빼내러 가는가. 그 차이가 인터뷰 전체의 결을 결정한다고 필자는 믿는다. 그리고 그 짧은 자문이 이후 모든 대화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을 수백 번의 현장이 가르쳐 줬다.

 

권력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다른 인터뷰와 다르다. 그들은 이미 수백, 수천 번의 인터뷰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어떤 질문이 올지 안다. 어떻게 대답해야 자신의 이미지가 관리되는지도 안다. 그 단단한 가면은 오랜 세월에 걸쳐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 가면을 힘으로 벗기려 하면 상대는 더 강하게 저항한다. 그래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다른 방법을 택했다. 상대가 스스로 벗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 압박이 없는 공간, 판단이 없는 공간, 침묵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공간.

 

현직 국회의원과의 인터뷰에서 그 방법이 가장 극적으로 작동한 적이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많은 자리라 그는 모든 질문에 능숙하게 답했다. 준비된 말들이었다. 인터뷰 중반을 지났을 때 필자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그가 어떤 정책 결정을 설명하다 잠깐 숨을 고르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를 보았다.

 

침묵이 왔다. 1, 2, 3. 그의 눈이 나를 보다가 다른 곳을 향했다. 4, 5. 보좌관이 옆에서 살짝 메모지를 밀어 넣으려 했다. 눈짓으로 막았다. 6. “저는 사실 그때그가 잠깐 멈추었다가 이었다. 그 이후 나온 것은 그날 인터뷰 어느 부분보다 진실한 이야기였다. 준비된 논리가 아니라, 그 결정을 내리면서 실제로 느꼈던 것들이었다. 침묵 6초가 두꺼운 방어막을 열었다.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준비된 말 이상의 무언가를 꺼낼지 말지 결정하는 가장 치열한 시간이다. 그 침묵을 내가 먼저 깨버리면 상대는 깊은 곳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내가 열어놓은 공간을 내가 다시 닫아버리는 것이다. 그 사실을 몸으로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기에는 정적이 3초만 이어져도 손이 먼저 움직이고 입이 열렸다. 그 습관을 고치는 데 수백 번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중요한 인터뷰나 미팅을 앞두면 필자는 최소 이틀 전부터 준비한다. 그 준비가 질문지를 작성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들, 즉 연설문, 기사, 발언들은 그 사람이 세상에 내보인 얼굴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사람이 스스로 공들인 공간의 디테일을 살핀다. 사무실 벽에 걸린 사진, 책상 위에 올려 둔 물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그 관찰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만들어 내고, 그 질문이 준비된 인터뷰이의 방어막을 흔든다.

 

권력자들이 가면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몸으로 배운다. 의도하지 않은 발언 하나가 조직 전체를 흔들고 관계를 무너뜨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가면을 힘으로 벗기려 하지 마라. 대신 그 가면 안쪽에 있는 사람이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라. 그 공간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단순하다. 판단하지 않는 것, 서두르지 않는 것, 그리고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당신이 만나야 할 중요한 상대가 있다면, 그 자리에 들어서기 전에 잠깐 복도에 서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라. 나는 지금 이 사람을 만나러 가는가, 아니면 이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러 가는가. 그 질문 하나가 이후 모든 대화의 결을 바꾼다. 대화의 주도권은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보는 사람에게 있다.

 

상대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스스로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보려는 사람이 결국 가장 깊은 이야기를 끌어낸다.

 

수많은 사람이 가장 깊은 단절감과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타인과 말을 섞고 메시지를 쏟아 내지만, 정작 내 깊은 속마음을 온전히 헤아려 주고 알아주는 단 한 번의 진짜 대화에 몹시 목말라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내 처지를 유창하게 말하는 법만 치열하게 배웠을 뿐, 정작 상대의 이야기에 밑줄을 그으며 깊이 듣는 법과 섣부른 판단을 미룬 채 온전히 기다려 주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백 명의 리더들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강력한 질문 도구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것은 정교하게 준비된 질문이 아니었다. 침묵이었다. 질문을 던지고, 기다리는 것, 상대가 말을 멈춰도 다시 기다리는 것, 그 기다림이 상대의 가장 깊은 층에 있는 말을 끌어낸다.

 

인터뷰를 앞두고 필자가 가장 집중하는 것은 상대가 평소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과 혼자서 되뇌는 것은 다르다. 그 차이를 읽어낼 때,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것을 건드리는 질문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생각을 꺼낸다.

 

그분이 6초의 침묵 끝에 꺼낸 말은 그날 인터뷰의 어떤 부분보다 오래 남았다. 준비된 논리가 아니라 그 결정을 내리면서 실제로 느꼈던 감정들이었다. 6초가 없었다면 그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진실한 것이 나오기 직전의 숨죽임이다.

 

오늘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관계에서 한 가지를 실험해 보기를 권한다. 말 대신 침묵을 먼저 내어주는 것. 질문을 던지고 기다리는 것. 상대가 준비된 대답 너머에서 무언가를 꺼낼 때까지. 그 침묵 안에서 관계의 진짜 깊이가 만들어진다.

 

수많은 리더의 내면을 마주하며 깨달은 본질은 명확하다. 대화의 주도권은 자기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 내는 자가 아니라,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질문을 먼저 던져 상대가 스스로 닫힌 문을 열게 만드는 자에게 있다.

 

정진이 대표 사진자료.JPG

정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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