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가는 리더 02 -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가
- Special Series(기획연재)

동기가 흔들리는 순간
인터뷰를 오래 하다 보면 질문을 받는 날이 생긴다. 몇 해 전 한 제약회사 연구소장을 인터뷰했을 때였다. 오전 여섯 시에 출근해서 밤 열 시가 넘어서야 돌아간다는 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그가 나를 불렀다.
“기자님은 이 일 왜 하세요?”
나는 잠시 멈췄다. 30여 년을 인터뷰어로 살아온 내게 그 질문은 낯설었다. 아니, 오랫동안 피해온 질문이었는지도 몰랐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가. 그 대답을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전혀 다른 속도로 달린다. 그 질문을 피하는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지를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처음의 동기와 지금의 동기
리더들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발견한 것이 있다. 오래가는 사람들은 처음의 동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다. 동기가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졌다.
한 중견기업 대표가 말했다.
“어느 시점에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물어봤어요. 지금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그 대답이 10년 전과 달랐어요. 근데 달라진 대답이 오히려 더 진짜 이유인 것 같았어요.”
달라진 대답이 더 진짜 이유, 동기는 변한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동기를 다시 살리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인정받기 위해 일했다는 분이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그 일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했다. 동기가 바뀐 것이 아니라 깊어진 것이었다.
“처음에 가졌던 동기가 낡아서 버리는 것이 아니에요. 그 위에 새로운 동기가 쌓이는 거예요. 뿌리가 더 깊어지는 거죠.”
타인의 기대가 아닌 나의 핵심 가치
오후 여섯 시가 지난 시각,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다 빈 회의실 창가에 혼자 서 있는 사람을 목격했다. 그날 임원 심사를 통과했다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자리에 오고 싶었던 게 맞는데, 막상 되고 나니까 모르겠어요. 이게 제가 진짜 원한 건지, 아니면 그냥 다들 이 자리를 원하니까 저도 원했던 건지.”
타인의 기대가 아닌 나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한 로펌 대표변호사가 말했다.
“의뢰인이 원하지만 제 기준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요청할 때가 있어요. 그때가 제 가치가 진짜인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에요. 그 순간에 지키지 않으면 그 가치는 가치가 아닌 거잖아요.”
가치는 어려운 순간에 지켜야만 가치가 된다.
핵심 가치는 평온할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 시험된다. 그리고 그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더 선명해진다.
나를 움직이는 것과 나를 소진시키는 것
나를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을 아는 것만큼, 나를 소진시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한 병원장이 말했다. 20년 전에는 수술 결과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고. 지금은 환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바뀐 게 아니에요. 더 정확해진 거예요. 20년 동안 내가 진짜 왜 이 일을 하는지를 찾아온 거예요.”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가. 이 질문은 한 번 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다시 물어야 하는 살아 있는 질문이다. 그 답이 어제와 같다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고, 그 답이 달라졌다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의 질문
지금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처음과 같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