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박종성 저자 “혁신의 성공은 화려한 기술이 아닌, 실패의 패턴을 끊어내는 처절한 복기에서 시작된다”
- 저자 인터뷰 - 《혁신은 왜 실패하는가》 박종성 저자
![[사진] 박종성 프로필.jpg](/data/editor/2602/20260228121427_vwdlvppn.jpg)
박종성 저자는 단순한 이론가가 아니다. 그는 LG그룹의 비즈니스 컨설턴트로서 지난 15년간 조선, 철강, 해운, 항만, 전자, 화학, 배터리 등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총괄해온 현장 전문가다. LG CNS Entrue컨설팅 산하의 최적화/AI그룹장을 거쳐 현재는 AI 분야의 핵심인 ‘수학적 최적화(Mathematical Optimization)’ 분야의 컨설팅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기회보다 그 기술이 현장에서 무너지는 ‘실패’에 주목했다. 지난 2월 5일 출간된 그의 신간 《혁신은 왜 실패하는가》는 화려한 기술 도입의 이면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는 현장의 실패를 해부한 지극히 현실적인 생존 전략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똑똑한 인재들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조직이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는지에 대한 뼈아픈 질문을 던지며, 그 원인을 리더와 조직이 빠지는 ‘메타 착각(Meta-Illusion)’으로 규명했다. 100년 전 전기 혁명 당시 에디슨과 포드의 시행착오부터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패 사례까지 25가지의 생생한 기록을 분석하여 ‘실패의 예방주사’를 놓는 박종성 저자를 만나, 진정한 혁신의 길을 물었다.
박종성 저자가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지난 15년간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켜켜이 쌓인 ‘부채 의식’과 ‘근원적인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 그는 수많은 기업의 디지털 혁신(DX) 현장을 목격하며 기묘한 역설을 마주했다. 과거에 비해 자본 투입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고,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였으며, 강력한 AI 기술을 손에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혁신의 성공률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
특히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인 AX(AI 기반 일하는 방식 혁신) 열풍 속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많은 리더가 “우리도 빨리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도입해야 한다”라며 조급함을 보이지만, 정작 기술이 비즈니스의 어떤 결핍을 채울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부재했다. 박 저자는 기술 도입의 문턱은 낮아졌으나 AI 프로젝트의 실패율이 80%에 육박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 부족이 아닌 조직이 빠지는 거대한 착각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저자는 이 책에서 조직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다섯 가지 ‘메타 착각’을 제시했다. 첫째는 ‘수단과 목적의 전도’로, 최신 AI만 도입하면 생산성이 오를 것이라는 도구 만능주의다 . 둘째는 ‘데이터 맹신’으로, 모든 정답이 데이터에 있다고 믿으며 인간의 맥락을 놓치는 오류다 . 셋째는 ‘인간 소외’로, 인간을 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치부하여 제거하려는 오만이 현장의 저항을 부른다는 것이다. 넷째는 기술적으로 완벽하면 시장이 열린다고 믿는 ‘시장 인식의 오류’, 마지막 다섯째는 강력한 리더십이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리더십의 환상’이다.
![[사진] 혁신은 왜 실패하는가.jpg](/data/editor/2602/20260228121451_dalkkaaf.jpg)
‘서류상의 성공’이 ‘현장의 실패’로, 뼈아픈 각성이 만든 ‘사전 부검’
박종성 저자가 실패의 매커니즘에 천착하게 된 데에는 그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과거 컨설턴트 시절, 그는 대형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프로젝트를 맡아 밤을 새워가며 빈틈없는 논리로 무장한 보고서를 완성했다 . 최종 보고회에서 C-Level 임원들로부터 “지금껏 본 보고서 중 가장 완벽하다”, “우리 회사가 나아갈 길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극찬과 기립 박수를 받으며 그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진짜 실패는 화려한 보고회장이 아닌 차가운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임원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도입된 혁신 전략은 현장 실무자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현장의 맥락과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을 배려하지 않은 채 상층부의 입맛과 논리적 완벽함에만 치중한 대가는 혹독했다. 시스템은 외면받았고, 변화에 대한 냉소는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 프로젝트는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건은 그에게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리더의 박수와 화려한 전략적 수사가 혁신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박수받는 보고서’라는 착각이 현장의 진실을 가리는 가장 무서운 눈가리개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실제로 책 출간 후 많은 기업의 TF팀이나 전략 부서에서 이 기법을 도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실패를 금기시하던 조직 문화 속에서 ‘미리 실패했다고 가정하기’라는 설정은 팀원들이 계급장을 떼고 치명적인 리스크를 가감 없이 쏟아내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발휘했다. 박 저자는 이 책이 서재의 장식품이 아니라, 회의실 탁자 위에서 손때가 묻어가는 ‘실전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2년여의 집필 기간 동안 단순히 실패의 원인을 “리더의 판단력 부족”이나 “불운”으로 단순화하려는 유혹과 싸워야 했다. 하나의 실패 사례를 제대로 해부하기 위해 수십 건의 해외 논문과 당시 외신 보도, 기업 공시 자료를 낱낱이 대조하며 ‘메타 착각’의 실체를 논리적으로 증명해냈다.
박종성 저자는 이 책의 핵심 독자층으로 조직의 자원을 배분하는 ‘결정권자(C-Level)’와 현장에서 혁신을 실무로 구현하는 ‘3040 중추 세대’를 꼽았다. 특히 3040 실무자들은 위에서의 무리한 혁신 과제와 현장의 냉소 사이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세대다. 박 저자는 이들에게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이 그들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시스템과 문화에 내재된 ‘구조적 착각’ 때문임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는 “내가 부족해서 프로젝트가 힘든 줄 알았는데, 이것이 구조적인 착각의 결과물임을 알게 되어 다시 시작할 힘을 얻었다”라는 독자의 고백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혁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리적 방파제’이자, 상사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주고 있다.
실패는 데이터이자 자산, 3040 세대를 위한 ‘혁신의 나침반’
박 저자는 청년 세대를 향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스스로를 ‘흙수저’라 자조하는 태도 밑바탕에는 외부 조건(도구)이 성패를 결정한다는 결정론적 사고가 깔려 있는데, 이는 기업들이 “최고의 AI가 없어서 혁신을 못 한다”라고 착각하는 것과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수저’의 색깔은 시작점의 차이일 뿐, 그 도구를 어떻게 휘둘러 나만의 맥락을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년들이 겪는 실패와 막막함을 ‘매몰 비용’이 아닌, 나만의 리스크 대응 능력을 키우는 ‘사전 부검’ 과정으로 여기길 당부했다.
그의 이러한 통찰은 평소의 독서와 사색 습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해외여행을 가면 휴양지 대신 서점을 찾아 그 사회의 욕망과 지적 흐름을 관찰한다. 또한 하루 종일 좌뇌를 혹사하는 컨설턴트 업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술관과 클래식 연주회를 찾으며 우뇌를 활성화한다.
최근에는 “AI가 등장하면 인간의 자리는 어디일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SF 소설을 써보는 사고 실험을 즐기기도 한다.
박종성 저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산업계의 혁신 담론을 ‘성공의 맹신’에서 ‘실패의 통찰’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는 기업들이 프로젝트 시작 전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를 묻기보다 “우리는 어떤 메타 착각에 빠져 있는가?”를 먼저 자문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기술은 결코 스스로 혁신을 완성하지 못하며, 혁신의 성패는 결국 기술을 수용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조직의 투명한 문화에 달려 있다”라고 당부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술 도입은 항해술을 모르는 선원에게 초고속 엔진을 달아주는 것과 같아 더 큰 파국을 맞이할 뿐이라는 그의 경고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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