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엔터테인먼트 유희정 대표이사 “30년 기술의 정점에서 피워낸 ‘K-요괴 유니버스’, 글로벌 IP의 본진을 세우다”
- Entertainment Leader - 써니엔터테인먼트 유희정 대표이사

대한민국 시각효과(VFX) 업계에서 유희정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내 제1호 여성 VFX 감독으로 시작해 <포화 속으로>, <아이리스>, <황해> 등 100편 이상의 메이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놓았던 그녀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기술의 최전선에서 파티클 하나, 프레임 한 장과 사투를 벌여온 그녀가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써니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한국 전통 설화 속 요괴들을 현대적 미디어아트로 부활시킨 《조선요괴전》을 통해 ‘K-콘텐츠 IP 빌더’로서의 제2막을 연 것이다.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세계관을 확장하는 기획의 언어로 치환해낸 유희정 대표. 그녀가 꿈꾸는 써니엔터테인먼트의 올해 목표와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서울 홍대 한복판,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국 전통 설화 속에서 잊혔던 요괴들이 미디어아트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이곳은 써니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조선요괴전》의 전시장이다. 관람객들은 홀로그램과 인터랙티브 기술이 접목된 공간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기묘한 체험을 한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주인공은 바로 유희정 대표다. 그녀는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영상 산업의 기술적 진보를 이끌어온 산증인이기도 하다. 넥스트비쥬얼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흑백 영상을 컬러로 복원하는 ‘컬러리제이션’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수많은 대작의 시각효과를 책임졌다. 하지만 그녀는 기술의 정점에서 안주하는 대신, 그 기술을 담을 ‘그릇’인 원천 IP(Intellectual Property)를 직접 만드는 길을 택했다.
“과거의 저는 감독님들의 상상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주는 조력자였습니다. 하지만 30년의 세월을 지나오며 깨달은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1세대 여성 VFX 감독에서 ‘K-요괴’ IP의 여왕으로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못해 압도적이다.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수출공헌부문 국무총리 훈장을 수상했고,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무용영화제 등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휩쓸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기획제작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와 영화 <물괴> 등의 기획에 참여하며 콘텐츠 제작의 전 과정을 섭렵했다. 이러한 내공은 써니엔터테인먼트의 핵심 경쟁력인 ‘기획의 도구로서의 기술’을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녀가 선보인 《조선요괴전》은 그 결정체다. 박물관 유리 벽 너머에 박제되어 있던 한국 요괴들을 현대적인 스토리텔링과 압도적인 비주얼로 끌어내어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요괴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닙니다. 한국형 콘텐츠 IP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자 본진입니다.”
그녀는 요괴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적인 판타지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F&B, 게임, 굿즈, 더 나아가 글로벌 테마파크 사업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상해 무역지구에 법인을 설립하고 중국 홀로그램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글로벌 시장에 대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그녀의 리더십은 ‘치열함’과 ‘유연함’의 조화에서 나온다. 30년간 남성 중심적인 VFX 업계에서 살아남으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녀는 후배들에게 ‘대문자 T자형 인간’이 될 것을 강조한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깊게 파고드는 동시에, 세상의 다양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AI가 직업의 경계를 허무는 시대에 콘텐츠 제작자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기도 하다. 그녀 역시 ‘AI 익스플로러’로서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기획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기획의 본질은 사물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입니다.”
그녀는 기획 능력이 거창한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주변의 아주 작은 것에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관심을 가지는 습관, 그것이 모든 콘텐츠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지금도 현장을 누비며 새로운 영감을 찾는다. 최근 광화문에서 진행된 <오징어게임> 시즌3 관련 행사나 포항국제불빛축제의 미디어 연출 등은 그녀의 감각이 여전히 업계 최전선에 있음을 증명한다. 유희정 대표는 스스로를 ‘여행 예찬론자’라고 부른다. 그녀는 지치고 힘든 순간을 견디게 해준 힘이 여행에서 왔다고 믿는다.
“나를 모르는 낯선 이들 틈에 섞여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내 모습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는 것, 그것이 모든 도전의 시작입니다.”
그녀가 후배들에게 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단순히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만이 타인에게 행복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경영 철학 역시 이러한 ‘인간 중심’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하며, 콘텐츠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녀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지역 소멸 문제 해결을 위한 로컬 콘텐츠 기획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역의 유휴 공간을 문화적인 IP로 채우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일은 그녀가 가장 잘하면서도 보람을 느끼는 작업 중 하나다.
그녀는 또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0년간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쳐오며 그녀가 남긴 기록들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상 산업의 발전사 그 자체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는다.
“한우물만 파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뿌리는 깊게 박되, 가지는 사방으로 뻗어 나가야 하죠.”
그녀가 AI 기술을 공부하고, 메타버스와 실감 데이터를 연구하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업데이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K-콘텐츠의 미래를 설계하는 글로벌 IP 빌더
유희정 대표의 시선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써니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P들의 글로벌 확장성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그녀는 《조선요괴전》을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전통 설화가 가진 힘은 강력합니다. 이를 현대적인 문법으로 어떻게 번역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죠.”
그녀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번역가’이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설계자’로서 K-콘텐츠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단순히 회사를 키우는 경영자를 넘어, 후배 크리에이터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어 한다.
“여러분이 회사를 다니든, 작은 음식점을 차리든 가장 기본이 되는 힘은 기획 능력입니다.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된 치열한 열정이 꺾이지 않도록, 제 경력과 노하우를 기꺼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녀의 말에는 30년을 버텨온 선배로서의 애정과 콘텐츠에 대한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유희정 대표와 써니엔터테인먼트가 그려나가는 지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지도의 경계는 매일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기술의 정점에서 다시 기획의 초심으로 돌아온 그녀. ‘요괴’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들고 전 세계를 호령할 그녀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엔터테인먼트 리더’로서 그녀가 보여줄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녀의 치열한 기획과 따뜻한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우리는 또 다른 환상적인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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