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u Leader - 글쓰는사람들 정원희 대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외식 경영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바텐더이자 소믈리에로 15년간 현장에서 일하며 20년 넘게 와인·칵테일·한국술 교육을 해온 여성이 있다. 글쓰는사람들(www.글쓰는사람들.com) 정원희 대표다. 그녀는 스스로를 ‘여행하는 술샘’ 또는 ‘작가 만드는 작가’로 소개한다. 66개국 108개 도시를 다녀왔고 한국을 떠나 여행한 횟수가 100번을 훌쩍 넘는다. 그 풍부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글로 쌓였고, 글은 커뮤니티가 되었다. ‘글쓰는사람들’은 글쓰기 교육과 책 출판 코칭을 전문으로 하는 커뮤니티로, 전국은 물론 UAE, 미국, 호주, 영국,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의 수강생이 매주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좌우명은 ‘배워서 남 주자’다. 다산 정약용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이 한마디가 그녀의 일과 삶 전체를 관통한다. 여행하고 마시고 쓰는 일을 통해 누군가의 첫 책을 세상에 내보내는 ‘작가 만드는 작가’ 정원희 대표를 만나 그녀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그녀의 키워드는 ‘여행’, ‘글’, ‘술’이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외식 경영학 석·박사를 마친 뒤 바텐더 소믈리에로 현장에서 15년간 일했다. 20년 넘게 와인, 칵테일, 한국 술에 관한 교육을 해온 술 선생님이기도 하다. 대학 때부터 플래너를 써 왔고 2005년부터 블로그에 꾸준하게 기록을 이어온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글쓰는사람들’이라는 커뮤니티로 이어졌다. 여행 작가로서는 ‘여행하는 술샘’이라는 이름으로 여행과 음료 문화를 담은 칼럼과 책을 쓰고 있으며, 트레바리 창원 클럽 운영과 여행 커뮤니티 ‘길 위의 여행학교’도 함께 이끌고 있다. 배움과 나눔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 그녀 일의 핵심이다.
그녀의 인생 터닝 포인트는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20대, 첫 직장에서 50개국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된 경험이다. 삶의 방식이 이토록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다양성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멈추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시기에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전국과 전 세계 어디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는사람들이 지역을 넘어 해외까지 확장된 것도 그 계기였다. 위기가 오히려 가능성을 열어준 시간이었고, 그 경험이 이후의 모든 도전에서 ‘일단 시작하자’라는 용기의 근거가 되었다. 안정된 대학교수 자리를 내려놓고 프리랜서 강사가 된 결정도 같은 맥락이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가슴 뛰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쓴 첫 번째 에세이 《그곳을 선물합니다》의 출간이 그 확신을 현실로 바꿨다.
‘글쓰는사람들’,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함께 걷는 커뮤니티
글쓰는사람들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실제로 책이 나온다’라는 것이다. 글쓰기 강의는 많지만, 책 출판으로 이어지는 커뮤니티는 드물다. 정규회원은 평생회원의 자격을 얻는다. 한 번 등록으로 계속해서 수업을 들으며 글과 책 출간을 이어 나갈 수 있다. 내 삶과 경험을 담은 글은 한 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두 권, 세 권, 열 권이라도 수업을 듣고 코칭을 받으면서 출간한다. 쓰고 싶은 책의 주제와 목차를 인터뷰와 과제를 통해 함께 기획한다. 공저 출판 과정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수강생들이 실제로 공동 저자로 책을 펴내는 경험을 한다. 아마존 출판 지원까지 연결되어 있어 해외 거주 회원들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저는 코치이기 이전에 현재도 쓰고 있는 작가입니다. 현장에서 함께 쓰는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큰 신뢰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AI 시대의 글쓰기’다. 인공지능이 콘텐츠 생산을 대체한다는 두려움이 많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변화가 ‘나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에게 더 큰 기회라고 본다. 글쓰는사람들 커뮤니티에서도 최근 AI를 두려워하기보다 어떻게 활용하고 함께 성장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북클럽을 열었다. 기술이 빠르게 바뀔수록 오히려 인간의 감성과 경험에서 나오는 글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 그녀의 믿음이다.
“이 시대에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는 언어입니다.”
향후 확장 전략도 뚜렷하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기반이 갖춰지면서 경남에 있는 코치가 UAE, 호주,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 해외 회원들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이 온라인 기반의 확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50대 이후 인생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싶은 분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퇴직을 앞둔 직원들을 위한 기업 프로그램도 체계화하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사람들이 1년에 한 번 만나 소통하는 ‘글쓰기 캠프’도 규모와 기간,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래 비전은 글쓰는사람들이 단순한 국내 커뮤니티를 넘어 해외 한국인들도 함께 연결되는 글로벌 글쓰기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66개국 108개 도시, 여행은 이야기를 수집하는 방식
그녀는 한국을 떠나 여행한 횟수가 100번을 넘었다. 66개국 108개 도시를 다녀왔고 10번 이상 여행한 곳도 있다. 여행 중에도 강의와 코칭은 계속된다. 공항, 터미널, 호텔, 카페 등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으면 줌 화면을 켠다. 수강생들은 그녀를 따라 여행한다. 그녀가 지내고 있는 도시의 이야기와 그곳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수강생들에게 전해진다. 해외에 거주하는 수강생을 직접 만나기도 한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다른 삶의 방식을 살고 있는 분들이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게 되는 순간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여행은 저에게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수집하는 방식입니다.”
여행 커뮤니티 ‘길 위의 여행학교’도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10년 전 여행클럽 운영을 시작하면서 함께 열린 이 커뮤니티는 여행을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제대로 누리고 배우는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공간이다.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를 함께 배운다는 점에서 글쓰기 코칭과 맥락이 같다.
2025년 9월 출간한 《엄마와 아들의 지구 한 바퀴》에는 그녀의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적만 바라본 교육의 한계’를 1장에서 직접 지적할 만큼 그녀의 교육관은 분명하다. 성적은 나중에 따라올 수 있지만, 세상과 소통하는 힘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힘은 어린 시절에 몸으로 배워야 한다는 확신이다. 멕시코에서 집라인을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을 마음에 간직한 아들이 그리스 섬 여행에서 절벽 다이빙 앞에 한참을 망설이다가 스스로 뛰어내린 순간, 그녀는 포기와 도전의 의미를 아이가 몸으로 배웠다는 것을 알았다. 프랑스에서 기차를 놓치고 남아공에서 비행기를 놓쳤지만 결국 모든 일이 해결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어떤 일이 생겨도 침착하게 해결 방법을 찾는 아이로 키워냈다.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몸으로 배운 것입니다.”
그녀는 여행을 ‘독립을 위한 완벽한 리허설’이라 부른다. 스스로 짐을 싸고 결정하는 작은 책임들이 쌓여 자존감과 독립심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그녀의 확신이다.

2025년 9월 출간한 《엄마와 아들의 지구 한 바퀴》
지치지 않는 비결, 좋아하는 일·돈이 되는 일·남을 돕는 일의 교차점
경영 철학도 이 세 가지 교차점에서 나온다. 하나만 충족되는 일은 오래가기 어렵다. 세 가지가 겹치는 지점에서 일할 때 일이 삶이 된다는 것이 그녀의 확신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는 원칙도 지치지 않는 비결 중 하나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몸을 잘 돌보는 것이 지속 가능한 활동의 비결이라고 그녀는 정리한다.
그녀가 수강생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명확하다.
“덕분에 나도 시작할 수 있었다는 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글을 쓰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서, 바빠서, 뭔가 특별한 사람만 책을 낸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였던 분들이 저를 만난 후 실제로 작가가 되는 것, 그것이 제가 바라는 가장 큰 성취입니다.”
멘토로서 완벽한 글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보석을 찾아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소신이다.
미래 인재에 대한 시각도 분명하다. ‘1등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미래 인재라고 그녀는 말한다. AI가 수많은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에 정해진 답을 잘 외우는 능력보다 낯선 상황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인텔리전스보다 엑스텔리전스’, 즉 지식보다 경험의 힘이 중요한 시대다. 실패를 경험하고, 혼자 결정해 보고, 협업하며 성취를 만드는 과정이 미래 인재를 키운다. 아이가 먼저 다양한 세상을 만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아갈 때, 그것이 진짜 미래 준비라는 것이 그녀의 확신이다. 그런 능력은 교실보다 세상에서 더 잘 자란다. 여행은 그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가장 좋은 교실이다.
희망을 잃은 청년 세대에게도 그녀의 메시지는 따뜻하지만 선명하다.
“시작이 어디냐보다, 어디로 걷고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의 상황을 수저의 색깔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의 한계를 규정짓는 순간 그곳에 갇히게 됩니다. 희망은 남에게 받지 않고 내가 만들어서 가졌습니다. 내가 희망을 놓지 않는 한 잃을 일 없습니다. 희망은 원래부터 내 것입니다.”
소믈리에가 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는 일들이 모두 하나씩 배우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 결과라는 그녀의 고백에서, 배워서 남 주는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침의 햇살 같은 20~30대를 지나 한낮의 뜨거운 태양 같은 40대를 보냈고 이제 따뜻한 오후의 여유가 기다리고 있다는 그녀는, 오늘도 글을 쓰며 누군가의 첫 책이 세상에 나올 길을 열고 있다. 진심으로 쓰는 사람의 곁에서 함께 걷는 사람,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단 하나의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