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와 AX》 배기원 저자 기술 쇼핑을 넘어 조직 혁신으로, 25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묻는 AX의 본질
- 저자 인터뷰 - 《소크라테스와 AX》 배기원 저자

인공지능(AI)을 도입한 기업은 전체의 67%에 달하지만, 정작 AI 시대에 맞춰 조직을 재설계한 기업은 12%에 불과하다. 최신 연구인 RAND 연구소에 따르면 AI 프로젝트의 80%가 실패로 돌아가며,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조사에서는 AI 전환의 최대 장벽으로 압도적인 응답자(92%)가 기술 자체가 아닌 ‘문화와 변화관리’를 꼽았다. 이는 곧 AI 혁신(AX)이 알고리즘이나 첨단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과 조직, 그리고 리더십의 문제임을 방증한다. 지난 4월 7일 출간된 《소크라테스와 AX》는 바로 이 간극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책이다. 저자인 배기원 갈렙앤컴퍼니 전무(이노베이션센터장)이자 한국공정거래학회 이사는, 유한킴벌리를 거쳐 삼성서울병원, KOTRA, 한국환경공단, 기후환경에너지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굵직한 기관의 전략과 변화관리를 이끌어온 27년 차 현장 전문가다. 그가 2,500년 전 아테네 광장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현대의 CEO 라운지로 불러와, 막연한 기술 쇼핑에 빠진 리더들에게 뼈아프고도 본질적인 100가지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늘 무서운 속도로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조직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배기원 저자가 기업 현장 10년과 경영 컨설턴트 17년을 합친 총 2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기업의 최전선에서 본 뼈아픈 패턴이다. 1999년 국내 최초의 SFA(영업활용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부터 숱한 디지털 전환(DX)을 지켜보기에 이르기까지, 혁신이 좌초되는 원인은 늘 한결같았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직이 준비되지 않았고, 리더가 근본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AI 시대에도 이 비극적인 패턴이 정확히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며, 이제는 방관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펜을 들었다.
시중에 넘쳐나는 AI 서적들이 저마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 화려한 활용법만을 설파할 때, 그는 의도적으로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정작 조직 현장에서 AI 전환이 좌초하는 진짜 이유인 ‘리더의 이해 부족’과 ‘조직문화의 저항’, 그리고 ‘사람의 역할 재정의’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한 것이다. 사람과 조직의 문제는 누군가 위에서 정답을 가르쳐준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으며, 리더 스스로 자기 조직의 현실을 직시하고 답을 찾아야만 한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이 이 책의 단단한 뼈대가 되었다.

답을 가르치는 대신 묻다, 팝콘 리딩으로 짚어내는 진짜 AX의 조건
이러한 철학은 책의 독특한 형식으로 고스란히 구현되었다. 책 속에서 소크라테스는 현대의 경영자에게 “사장님, ChatGPT 직접 써보셨습니까?”, “AI 도입 전후, 조직도가 바뀌었습니까?”, “열정은 반드시 식습니다. AX가 시스템이 됐습니까?”라며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불편할 만큼 직설적인 질문의 화살을 날린다. 각성에서 시작하여 리더의 거울, 조직 진단, 데이터 기반, 인간과 AI의 역할 재설계, 파일럿 전략, 산업별 사례, 에이전틱 AI, 생태계, 전사 확산, 그리고 철학적 질문인 ‘왜 AX인가’에 이르기까지 총 11장으로 구성된 여정은 철저히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으로 전개된다. 바쁜 경영자들이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당장 가장 시급한 장부터 펼쳐볼 수 있도록 이른바 ‘팝콘 리딩’ 구조를 채택한 것도 오랜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온 세심한 배려다.
책을 집필한 3개월은 매일 무섭게 진화하는 AI의 속도와 사투를 벌이는 고단한 시간이었다. 어제 쓴 사례가 오늘 아침이면 이미 구식이 되어버리는 속도전 속에서, 그는 역설적으로 기술이 아닌 시대를 초월하는 ‘질문’에 집중해야 한다는 확신을 굳혔다. 기술 트렌드를 좇는 책은 금세 늙어버리지만, 사람과 조직의 본질을 찌르는 훌륭한 질문은 살아남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100개의 질문을 다듬는 과정에서 글로벌 연구 데이터를 리서치하고 논리 구조를 검토하며 AI를 대화 상대이자 협업 파트너로 적극 활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이 역설하는 ‘인간과 AI의 협업’을 집필 현장에서 몸소 체험해 낸 셈이다.
출간 직후 쏟아진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경영서인데 재미있다. 생각보다 쉽게 읽혀 전 직원 필독서가 되었다”는 한 기업 대표의 평가부터, “올바른 질문 100개를 가장 품격 있는 방식으로 건네주는 책”이라는 글로벌 기업 출신 CEO의 찬사가 이어졌다. 한 교수는 “CEO의 서재에 놓아둘 책이 아니라, 내일 아침 경영 회의에 들고 갈 책”이라 극찬했고, 에너지 분야 CEO는 “산업이 바뀔 때 가장 위험한 것은 틀린 답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던지지 않는 것”이라며 이 책이 얼마나 정확하게 조직의 정곡을 찔렀는지를 대변했다.
실패를 상수로 받아들이는 조직, 질문이 이끄는 사람 중심의 미래
그가 이토록 끊임없이 사람 중심의 철학을 강조할 수 있는 근저에는, 사람 중심 경영을 체화한 유한킴벌리에서의 10년, 그리고 이를 떠나 경영 컨설팅이라는 거친 현장에 뛰어들었을 때의 처절한 깨달음이 자리하고 있다. 10년간 다듬어온 정해진 답만으로는 각기 다른 산업과 고객의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깊은 좌절의 시간 속에서, 그는 “내가 가진 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현실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진짜 컨설팅임을 뼈저리게 배웠다. 수없이 제안서를 쓰고 거절당하며 넘어지던 그 좌충우돌의 ‘환골탈태’ 시간이 결국 지금의 그를 완성한 가장 강력한 자양분이자 인생의 진정한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다.
이러한 궤적을 거쳐온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실패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라는 묵직한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실패를 예외적인 사고로 치부하며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늘 함께 가는 상수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를 다음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조직만이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그는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의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과 《옳은 실패(Right Kind of Wrong)》를 리더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며, 구성원이 실패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과 올바른 실패를 통한 성장이 AI 시대 조직의 핵심 조건임을 역설한다. 더불어 문제해결을 향한 지독한 분투를 그린 영화 <제로 다크 서티>를 언급하며 리더가 지녀야 할 집요함과 끈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시선은 불투명한 미래에 흔들리며 이른바 ‘수저론’을 자조하는 청년 세대에게도 다정하게 가닿는다. 그는 “세 사람이 함께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는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를 인용하며, 거창한 멘토를 찾아 헤매기보다 지금 곁에서 함께 부딪히는 동료와 선후배로부터 기꺼이 배울 것을 조언한다. 뜻이 맞든 안 맞든 치열하게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배우려는 마음을 3년, 5년 굳건히 유지한다면, 그것이 곧 수저론이나 불리한 환경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깊이와 무기가 될 것이라는 진심 어린 당부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다시 한번 ‘질문’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소크라테스가 책에 남긴 100개의 질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며, 진짜 조직을 바꾸는 101번째 질문은 독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 아침 출근길에 “오늘 내가 내릴 첫 번째 결정은 AI를 쇼핑하는 결정인가, 아니면 조직을 바꾸는 결정인가?”라고 스스로 묻는 리더만이 맹목적인 기술의 파도를 넘어설 수 있다. 2,500년 전 아테네 광장에서도, 최첨단 AI 시대인 지금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훌륭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가르치려던 저자 스스로가 100개의 질문을 다듬으며 자신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듯, 이 책은 변하지 않는 진실을 향한 가장 지적이고도 도발적인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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