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의 인물 - 박무영 서울시의회 시의원

225억 원 규모의 서울시 청년 AI 지원사업이 시의회 심사 끝에 전액 삭감됐다. 청년 취업과 창업을 위한 AI 구독료 지원을 공약했던 의원이 많은 검토와 고민 끝에 스스로 삭감안 찬성토론에 나선 결과였다. 구로1·2·5동과 신도림동을 지역구로 둔 제12대 서울특별시의회 박무영 시의원이다. 도시계획균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국회의원 비서관,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실 행정관, 경기도지사 비서관을 거쳐 구로구청장 정무보좌관을 지낸 뒤 지역 주민의 선택을 받아 시의회에 입성했다. 서울시의 정책과 예산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동네에 필요한 변화가 실제 행정과 예산에 반영되도록 일하고 있다는 그를, 본지가 만나 의정활동과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들어봤다.
박무영 시의원이 속한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서울시 도시계획 전반은 물론 균형발전정책과 글로벌 정책, 디자인정책, 청년정책까지 폭넓게 다룬다. 그는 균형발전을 “사는 동네에 따라 교통이나 교육, 문화시설을 이용할 기회가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라고 설명하며, 글로벌정책과 청년정책도 서로 떼어놓지 않고 함께 본다고 말한다. 서울이 세계의 인재와 기회가 모이는 도시로 성장하고 그 안에서 청년들도 더 넓은 무대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처럼 빠르게 변하는 기술을 공공정책에 어떻게 활용할지도 그의 관심사다. 새로운 기술과 국제적 교류가 시민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청년들이 배우고 일할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역구 시의원으로서는 구로구, 특히 구로동과 신도림동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다. 서울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해외에서 자라고 공부한 경험을 가진 젊은 의원으로서 서울을 더 열린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 데도 관심이 크다. 세계의 다양한 사람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서울의 청년들이 배경이나 여건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기회를 얻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미국 이민 생활에서 싹튼 정치의 꿈
그의 미국 생활은 혼자 떠난 유학이 아니라 부모님을 따라간 이민이었다. 중학생 때 가족과 함께 건너가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인터넷으로 접한 그의 어록에서 위로받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UC버클리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면서도 한국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았던 그는, 대학을 휴학하고 귀국해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을 정치 현장 참여의 출발점으로 꼽는다.
이후 국회의원실과 청와대, 경기도청을 거친 경험은 지금도 그의 판단 기준으로 남아 있다. 현안을 접하면 어느 기관의 권한인지, 어떤 절차와 예산이 필요한지, 어디에서 논의가 막혀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게 된다는 것이다. 관계기관과 협의할 때도 막연한 요청보다 구체적인 근거와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려 하며,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주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수 있어야 경력의 의미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서울시의회에 들어오기 전 구로구청장 정무보좌관으로 일한 시간도 중요했다. 계획서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동네마다의 사정과 주민의 문제 하나에 여러 부서가 얽혀 있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판단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라고 답했다.
“보좌진으로 일할 때도 책임감을 느끼고 일했지만, 이제는 주민께서 제 이름을 보고 선택해 주셨고 의회에서 제가 직접 판단하고 표결해야 합니다.”
첫 회기를 지나며 의원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와 인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실감했다는 그는, 자료를 더 충실히 읽고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225억 원 AI 구독사업, “세금부터 승인할 수 없다”
첫 회기에서 심사한 서울시 청년 AI 지원사업은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예산 감시 사례다. 청년 50만 명에게 생성형 AI 유료 구독을 지원하는 225억 원 규모 사업이었지만, 지원 규모의 근거와 효과, 성과 확인 방법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채 구독권부터 나눠주는 데 급급한 사업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필요한 사전협의도 마무리되지 않았고, 수요조사는 예산안 제출 이후에야 시작됐다. 공공의 세금으로 외국산 AI 업체 한 곳에 대규모 계약을 몰아주는 것이 적합한지 토론할 시간조차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청년 AI 구독료 지원을 공약했던 터라 삭감을 요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시의원은 서울시민 모두에게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에, 공감하고 공약했던 취지라도 계획이 부실하다면 시민의 혈세부터 승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그는 마지막 본회의에서 수정예산안 찬성토론을 맡았다. 앞으로 지원이 꼭 필요한 청년을 어떻게 찾고 교육과 취업·창업에 어떻게 연결할지 충분히 논의해, 더 나은 사업으로 다시 설계되기를 바란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위원으로서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는 도시계획 수립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여당 소속이면서도 서울시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이끄는 집행부를 견제하는 야당 의원이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만큼, 시민 다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에는 협력하되 부족한 부분은 근거를 갖고 바로잡아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악순환을 조금씩 끊고 싶다는 것이다. 구로차량기지 이전과 경부선·경인선 철도 지하화처럼 여러 기관의 협의와 큰 재원이 필요한 사업은 서울시가 해야 할 역할과 단계별 과제를 확인하며 추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기에는 관내 8개 학교 시설개선 예산 5억 원을 확보했으며, 구로역·구일역 이용 편의와 신도림역으로의 버스 접근성 같은 일상적인 이동 불편도 함께 살피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거환경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절차상 걸림돌을 줄이는 한편, 주차 공간과 보행환경, 문화·체육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낙하산”이라 부르던 고깃집 사장님, 형님이 되다
4년 전 처음 선거에 나왔을 때 만난 지역구 고깃집 사장님을 그는 잊지 못한다. 서른 살,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다 출마한 그를 사장님은 ‘낙하산’이라 부르며 곱게 보지 않았다. 그래도 한 번, 두 번 찾아뵙기를 거듭하자 어느 날은 밥이나 먹고 가라는 말을 들었고, 소주 한잔을 건네받기도 했다. 나중에는 영업을 마친 뒤 주방 찬장에 보관해 두었던 양주까지 꺼내 주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제 진심을 알아주시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고 그는 말한다. 자주 뵙고 이야기를 듣고, 어떤 사람인지 시간을 두고 보여드려야 신뢰가 생기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지금은 형님, 동생 하며 지내는 사이가 됐고, 지역에서 그에게 큰 힘이 돼 주는 든든한 분이 됐다.
그는 지방의회가 사람을 키우고 실력을 검증하는 곳으로 더 발전해야 한국 정치도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지역에서 오래 살았거나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만으로 정치인의 역량이 평가돼서는 안 되며, 의회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바꿨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에 뜻을 둔 청년 후배들에게는 관심 있는 문제를 하나 정해 실제로 바꾸는 일을 직접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우리 동네의 불편을 알아보고 담당 기관에 질문하며 관련 예산이나 제도를 찾아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몇 년이라도 직장에서 일하거나 자기 사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경험을 충분히 해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의료계나 법조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정치에 들어오는 것도 필요하다며, 공공의 문제를 조정하고 예산을 배분하며 결정에 책임지는 훈련을 꾸준히 받은 정치인들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빠가 되고 달라진 정치의 무게중심
2년 전 아이가 태어나 아버지가 된 일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다. 이제 갓 두 돌이 된 아이를 키우며 돌봄과 교육, 안전 같은 문제가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왔고, 지금의 제도가 한 아이의 성장과 한 가족의 생활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그는, 정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일의 무게중심도 그만큼 달라졌다고 말한다. 혹시 자신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거나 질병이나 장애로 아이를 충분히 돌보기 어려워졌을 때, 그 소중한 아이를 우리 사회에 맘 편히 믿고 맡길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 부모’들에 대한 연대감으로도 이어진다며, 부모의 불행이 아이의 미래까지 결정하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돌보는 기반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청년과 청소년이 겪는 정보와 인적자산의 격차에도 그는 관심이 많다. 근로계약이나 주거계약, 세금과 금융처럼 꼭 알아야 하지만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이 많고, 주변에 물어볼 어른이 있는지에 따라 문제 해결 여건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과 금융, 주거계약, 법률과 행정 등 독립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내용을 실제 상황 중심으로 풀어낸 청년·청소년을 위한 생활 지식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을 잃은 청년들에게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주거비와 취업, 앞으로의 생활을 걱정하는 청년들에게 마음가짐만 바꾸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출발 조건의 차이가 크고, 열심히 해도 기회를 얻기 어려운 현실이 분명 존재하며, 자신 역시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얻은 기회가 있었기에 그 경험을 누구에게나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만으로 자신의 가능성까지 단정하지는 않았으면 하며, 도움을 받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그는 당부했다.
좌우명은 고등학교 시절 교실에 걸려 있던 문구 “Shoot for the moon. Even if you miss, you’ll land among the stars”다. 평소에는 헬스와 달리기로 체력을 관리하고 하루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는 습관도 이어가고 있으며, 인생 책으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인생 드라마로는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을 꼽았다. 공적인 결정을 앞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서로 다른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며 결정의 결과에 책임지려는 인물들의 모습이 좋았다는 것이다. 현실 정치가 드라마처럼 흘러가지는 않지만, 공직을 맡은 사람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가 지향하는 리더십의 원칙도 이와 맞닿아 있다. 충분히 듣고 근거를 확인하며 결정한 일에는 책임지는 태도를 지키고 싶다는 것, 주민의 요구를 들을 때는 무엇이 절실한지 이해하려 하고 집행부와 논의할 때는 실제로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의견이 다르더라도 상대의 설명을 듣고 타당한 부분은 받아들이되, 시민의 세금을 쓰는 일에는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구로구민들에게 어떤 시의원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묻자, 그는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말해 온 ‘구로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시의원’이라는 표현도 같은 의미라는 것이다. 한번 들은 이야기는 어떻게 됐는지 끝까지 챙기고 결과를 설명해 드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시간이 지나 “가까이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의회에 가서 실제로 일을 해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감사하겠다며, 그런 사례를 남겨 시의원과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한국 정치가 나아지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했던 젊은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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