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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아시아 지역 이재승 국장 직무대행 선언에 머물던 기후 과제를 실제 투자로 잇는 녹색성장 전문가

  • 정원호 기자
  • 입력 2026.11.0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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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Leader -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아시아 지역 이재승 국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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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GI는 한국이 주도해 2010년 서울에서 출범했고 2012년 국제기구가 되었다.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이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 수립과 녹색 프로젝트 개발을 지원하며, 회원국은 55개국에 이른다. 이재승 국장 직무대행은 이곳에서 아시아 13개 국가 사무소 전체와 지역 단위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 감독하고 있다. 라오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사무소장으로 일하며 현장 실무와 본부의 전략적 관점을 모두 경험한 그는 이 분야에서 25년 넘게 일해 왔다. 그를 만나 녹색 기술과 정책을 실제 자금이 움직이는 사업으로 바꾸는 방법, 아시아 각국의 맞춤형 전략, 인생의 전환점과 청년 세대를 향한 조언을 들어봤다.

 

 

이재승 국장 직무대행은 아시아 13개 국가 사무소가 현지 정부와 추진하는 사업부터 여러 나라에 걸친 지역 프로젝트까지 모두 아우르며, 나라별 프로그램들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다.

 

그가 요즘 가장 큰 관심을 두는 것은 녹색 기술과 정책을 어떻게 실제로 자금이 움직이는 사업으로 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파리협정 이후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했지만 이를 이행할 기후 재원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가 집중하는 첫 번째 분야는 파리협정 제6조에 기반한 국제 탄소시장이다. 국가 간에 감축 실적을 이전하면 개도국에는 기후 투자가 들어오고, 한국처럼 국내 감축 여력이 부족한 나라에는 효율적인 감축 수단이 생긴다. 세부 이행 규칙이 아직 다듬어지는 단계여서 초기에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한국 정부, 기업과 함께 시범 사업 구조를 만들고 있다. 두 번째는 공공과 민간 자본을 잇는 혼합금융이다. 녹색기후기금(GCF)이나 다자개발은행 같은 공공 재원이 초기 투자 위험을 분담하면 민간 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과 함께 아세안 지역의 기후 기술 벤처에 투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리협정 제6조 탄소시장과 혼합금융

GGGI의 핵심은 계획을 세우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실제 이행까지 가는 데 있다. 먼저 파트너 정부와 함께 국가별 계획 전략을 만들어 그 나라의 기후변화 정책과 경제성장 우선순위를 분석하고 GGGI가 지원할 중점 분야를 정한다. 그다음 그 방향에 맞는 정책과 사업 타당성 연구를 진행한다. 가장 어려운 단계는 재원 조달이다. 기획한 프로젝트가 서류로만 남지 않도록 GCF, 다자개발은행, 민간 투자자를 설득해 실제 자금을 붙인다. GGGI 전문가들이 여러 나라에서 파트너 정부의 핵심 부처 안에 상주하며 현지 공무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행 단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아시아 지역 국장 직무대행으로서 그가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확산이다. 한 나라에서 검증된 금융 구조나 기후 기술 솔루션을 표준화해 비슷한 과제를 가진 다른 아시아 국가로 빠르게 넓혀 가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일하는 원칙은 세 가지다. 첫째는 파트너 국가, 즉 개도국의 우선순위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프로젝트라도 현지 정부와 국민이 원하지 않는 사업은 오래가기 어렵다. 둘째는 GGGI의 우선순위로, 기관의 자원과 역량이 집중된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이 두 우선순위가 만나는 접점에서 사업을 발굴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양쪽의 시각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는 경청과 대화를 통해 공통의 이익을 찾는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이렇게 발굴한 프로젝트는 파트너 정부가 외부의 요구가 아니라 자기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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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처한 현실에 따라 처방은 완전히 달라진다”

모든 전략은 각국의 경제 구조와 기후 위험도, 그 나라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석하는 수요 조사에서 출발한다. 인구 2억 8천만 명의 대국 인도네시아의 핵심 과제는 성장동력의 전환으로, 자원과 탄소에 의존하던 경제에서 벗어나 수소, 전기차 생태계, 산림 탄소 같은 새로운 녹색 산업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라오스는 기후 대응, 특히 적응에 더 무게가 실린다.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수력에 의존하며 이웃 나라에도 전력을 수출하고 있어 가뭄 등 기후 변동에 따라 전력 수급과 재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몽골은 겨울철 난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등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정 난방 전환과 도시 에너지 효율 개선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개도국 과정을 거쳐 짧은 기간에 선진국이 된 한국의 위상이 파트너 국가들 눈에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그들은 한국을 더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며, 한국이 불과 수십 년 전까지 자신들과 같은 개발도상국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조언과 정책 경험에 더 귀를 기울이고 공감한다. 한국은 기후 기술과 공공·민간 금융, IT 인프라를 함께 갖추고 있어, 자금을 대는 나라에 머물지 않고 파트너 국가와 나란히 앉아 국제 감축 사업이나 혼합금융 구조를 함께 설계하고 실행할 때 영향력이 가장 커진다는 것이다.

 

올해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중앙아시아다. GGGI에 중앙아시아는 아직 프런티어 시장이다. 2022년 2월 우즈베키스탄에 이 지역 최초로 국가 사무소를 열었고, 2024년 6월에는 키르기스스탄 사무소를 열면서 한국 환경부의 지원으로 홍수·가뭄 대응 사업을 두 나라에 걸쳐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은 2022년 말 회원국이 되었고 향후 새로운 에너지 전환 협력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무소를 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현지 정부가 가장 신뢰하는 정책 파트너가 되어 눈에 보이는 첫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올해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그는 말한다.

 

가장 큰 보람은 회의실과 서류에 머물던 아이디어가 실제 투자를 끌어내 현장 사업으로 이어질 때다. 특히 현지 정부 담당자가 “이건 외부에서 준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책”이라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 어려움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후 위기의 시계는 급하게 돌아가는데 정책과 재원에 합의해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기까진 몇 년이 걸리고, 수원국, 공여국, 금융기관, 국제기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인내심 있게 조율하는 답답함을 견뎌야 한다. 그가 꼽은 아시아의 시급한 과제는 세 가지다. 경제성장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의 균형을 잡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글로벌 기후 재원의 90% 안팎이 감축 분야로 쏠려 있는 기후 적응 재원의 부족, 그리고 공공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민간 자본의 유치다.

 

민간 기업의 논리와 기술의 힘

컨설팅 경험은 큰 도움이 된다. 복잡한 문제를 구조화하는 방법, 결과물을 기한에 맞춰 내는 습관, 고객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태도를 몸에 익혔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 기업의 논리를 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업의 본질은 수익과 리스크 관리여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지구를 구하자는 당위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투자자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상업적 타당성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투자자와 기업의 언어로 재무 구조와 사업성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 개도국 현장에서도 민간 투자가 들어올 만한 프로젝트를 더 수월하게 발굴하고 기획할 수 있다고 했다.

 

AI가 기후 대응에서 하는 가장 큰 역할은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본다. 위성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산림 흡수량이나 배출량을 싸고 빠르게 검증하는 MRV, 관측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의 기후 위험 예측,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프로젝트 준비 시간을 줄이는 일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는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단가가 일정한 비율로 떨어진다는 라이트의 법칙(Wright’s Law)을 들며, 태양광과 배터리 가격이 이렇게 내려오며 대중화되었듯 AI 같은 첨단기술이 그 하락 속도를 더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솔루션이 더 저렴하고 성능도 좋아지면 시장이 스스로 녹색 기술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 그가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다.

 

그가 말하는 인생의 전환점은 세 번이다. 첫 번째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국 환경청(EPA)의 배출권 거래제 관련 컨설팅을 하다가 삼성에 스카우트되어 귀국한 때다. 삼성에 입사할 무렵 한국에 탄소 규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는 삼성그룹 전체의 탄소 규제 대응 프로젝트를 몇 년간 수행했다. 두 번째는 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GGGI로 옮긴 결정이다. 규제 추진의 동력이 약해지고 기후변화 프로젝트가 줄었지만, 이 일을 평생의 커리어로 삼고 싶었던 그는 위험을 감수했고, 그 선택이 그를 국제무대로 이끌었다. 세 번째는 2017년 1월 라오스 사무소장으로 부임해 현장으로 나간 때다. 현지 정부 고위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경제성장과 환경 보전을 함께 이루는 국가 전략을 실행했고, 2022년 라오스 총리로부터 우정훈장(Friendship Medal)을 받았다.

 

앞으로의 비전은 중앙아시아를 GGGI의 지속 가능한 핵심 거점으로 안착시키고, 파리협정 6조 탄소시장과 혼합금융으로 기후 과제를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성공 모델로 만들어 아시아 전역으로 넓히며, 한국의 자본, 기술, 경험이 개도국의 현장 수요와 만나는 접점에 계속 서 있는 것이다. 일할 때는 늘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상대의 우선순위를 먼저 듣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상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자신의 우선순위가 만나는 지점에서 시너지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좌우명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으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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