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식빵 송파점·마마사랑방 우미화 대표 빵을 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며… 인생을 리모델링하는 여자
- Issue lnterview - 한나식빵 송파점·마마사랑방 우미화 대표

25년간 신세계백화점 인테리어팀에서 공간을 설계하던 손으로, 지금은 매일 새벽 빵 반죽을 치대는 여성이 있다. 한나식빵 송파점을 운영하는 우미화 대표다. 밀라노를 오가며 국내외 공간을 디자인해 온 그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억 원의 빚을 떠안고 35층 펜트하우스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48세, 앞치마를 두르고 다시 인생을 시작했다. 7년째 홀로 새벽을 여는 이 작은 동네 빵집은 어느새 ‘마마사랑방’이라는 이름의 작은 문화공간으로 커졌고, 최근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추락이 아니라 고도를 낮춘 것이다》를 펴내며 많은 독자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빵을 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며 오늘도 인생을 리모델링하고 있다는 우미화 대표를 만났다.
우미화 대표가 운영하는 한나식빵 송파점은 그녀가 직접 빵을 굽고 손님을 맞이하는 작은 동네 빵집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 공간은 단순히 빵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빵 냄새를 따라 들어온 사람들이 차 한잔을 마시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고 가는 곳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마마사랑방’이라는 이름도 생겨났다. 지금은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고, 시낭송 브레드 커피챗을 열고, 서로의 인생 2막을 응원하는 작은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우미화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SI팀 디자이너로 일하며 밀라노를 오가는 등 오랫동안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그러나 인생은 설계도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사업의 실패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그녀는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 시간을 지나며 그녀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다시 시작하려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선택한 것이 빵이었다. 거창한 인생 2막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어 있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35층에서 20평까지, “추락이 아니라 고도를 낮춘 것”
2008년 리먼 사태는 우미화 대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20억 원의 빚을 떠안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던 35층 펜트하우스를 떠나야 했던 그날을 그녀는 또렷이 기억한다.
“막막했죠. 돈을 잃은 것도 힘들었지만 내가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했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 더 힘들었어요. 35층에서 내려오면서 정말 추락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돌아보니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그래서 훗날 펴낸 책의 제목도 《추락이 아니라 고도를 낮춘 것이다》가 됐다.
“고도가 낮아졌다고 비행이 끝난 것은 아니잖아요. 그때의 저는 추락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저는 말할 수 있어요. ‘나는 추락한 게 아니라 다시 날기 위해 잠시 고도를 낮추고 있었구나’라고요.”
48세라는 나이도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오늘 하루부터 살아내자”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빵집 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대단한 성공을 꿈꾼 것이 아니었다. 빵 하나 제대로 굽고, 손님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고, 오늘 하루 문을 닫지 않는 것부터 시작했다. 돌아보면 48세의 선택이 지금의 그녀를 다시 만든 출발점이었다.
본사가 파산했을 때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프랜차이즈라는 울타리가 사라지자 “이제 누구를 믿고 가야 하지”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녀가 선택한 답은 내 가게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손님들의 반응을 직접 듣고, 메뉴를 고민하고, SNS에 글을 쓰고, 전국으로 랜덤빵 택배를 보내면서 하나씩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꿔나갔다. 누군가 만들어 준 브랜드 안에서 일하던 사람이 이제는 ‘시크릿마마’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과정이 시작된 것이다.
당일 생산, 정직한 발효, 그리고 사람을 기억하는 ‘마마사랑방’
우미화 대표는 7년째 홀로 새벽을 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잠깐 호흡하고 스트레칭하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진 뒤 매장에 나와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굽고, 포장하고 손님을 맞는다. 혼자 운영하다 보니 힘들 때도 많지만 그녀의 원칙은 단순하다.
“당일 생산하고, 정직하게 만들고, 사람을 기억하자.”
그녀에게 손님은 매출 숫자 한 명이 아니라 이름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빵을 사러 왔다가 친구가 되어가는 이들도 많다.
유기농 식빵 전문점을 표방하는 그녀는 기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좋은 재료와 발효, 매일 직접 구워내는 신선함이 그것이다. 밤식빵, 우유식빵, 치즈식빵, 호두잡곡식빵 등 취향에 맞는 다양한 식빵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녀가 꼽는 가장 큰 차별점은 결국 ‘사람’이다.
“빵 하나를 사도 쥔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책 한 권을 추천받고, 서로 안부를 묻는 곳. 빵을 팔지만, 사람을 남기는 가게, 그것이 제가 만들고 싶은 빵집이에요.”
2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40평처럼 넓게 활용하는 노하우에는 25년간의 인테리어 경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공간은 평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동선과 시선, 그리고 공간의 역할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빵을 만드는 공간, 판매 공간, 손님과 이야기하는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서로 단절되지 않도록 구성했고, 가구의 크기와 배치, 수납까지 세심하게 설계했다.
“지나온 경험 중에 버려지는 경험은 하나도 없다”라는 것이 그녀가 늘 하는 말이다.
오랫동안 빵집을 운영하며 우미화 대표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만 빵집에 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했고, 누군가는 위로가 필요했고, 누군가는 다시 시작할 용기가 필요했다. 그녀 자신도 그런 시간을 지나왔기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냥 지나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마마사랑방’이고, 시를 읽고 빵과 커피를 나누는 ‘시낭송 브레드 커피챗’이다.
“빵은 배를 채우지만,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채워준다”라는 것이 그녀가 지금까지 빵집 문을 열고 있는 이유다.

스레드 속 한 문장, 책 《추락이 아니라 고도를 낮춘 것이다》가 되다
처음부터 책을 쓰려고 만든 문장은 아니었다. 어느 날 스쳐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추락이 아니라 고도를 낮춘 것이다”라는 한 문장을 남겼다. 35층 펜트하우스에서 내려와 다시 작은 공간에서 삶을 시작했을 때는 분명 ‘추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빵을 굽고, 사람을 만나고, 하루하루 다시 살아내다 보니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아, 나는 떨어진 게 아니었구나. 다시 날기 위해 잠시 고도를 낮춘 거였구나.”
그 한 문장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지금 제 이야기 같아요”, “저도 추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위로가 됩니다”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였다. 그래서 지나온 시간을 하나씩 글로 꺼내기 시작했고, 그 글들이 모여 결국 한 권의 책 《추락이 아니라 고도를 낮춘 것이다》가 됐다.
“지금 생각하면 책을 쓴 것은 제가 아니라 제 인생이 먼저 한 문장을 써준 것 같아요.” 그녀는 이 책을 성공담이 아니라 “다시 시작한 사람의 생존기이자 재도전의 기록”이라고 소개한다.
책 출간 이후 100여 명의 독자와 함께한 북콘서트를 비롯해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판매량이나 순위보다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한 것은 “이 책이 제 이야기 같아요”라는 독자의 한마디였다. 자신의 자리가 흔들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해야 했던 한 독자가 책 제목을 마음에 품고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는 특히 뭉클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북콘서트에서 독자들과 눈을 맞추며 그녀는 또 하나를 깨달았다.
“책은 출간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만나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구나.”
자신의 아픔이 누군가의 용기가 되고, 자신의 실패가 누군가의 다시 시작할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작가가 된 후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인생을 다시 설계하는 사람, 시크릿마마 우미화
우미화 대표의 중요한 키워드는 ‘간헐적 은퇴’다. 열심히 일하되 쉴 때는 제대로 쉬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삶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빵을 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며 오늘도 자신의 인생을 리모델링한다. 최근에는 파크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 지도자·강사·심판 자격을 취득하고 현장 활동까지 영역을 넓혔다.
배움은 자격증에서 멈추지 않았다. 청소년수련관과 실버타운에서 파크골프 강사로 활동하며 청소년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와 만나고 있다.
자신이 배우고 경험한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하며, 취미도 경험이 되고 경험은 결국 경력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중이다.
온라인에서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SNS @Threads @secret_ma_ma로 7,000여 팔로워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자신의 일상과 도전, 글쓰기, 파크골프, 인생 2막의 이야기를 나눈다.
화면 너머에서 스쳐 만난 인연을 ‘스친’이라 부르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사람과 사람 공간과 공감으로 연결하는 것도 그녀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다.
우미화 대표는 자신을 ‘인생 리모델러로 시크릿마마’라고 말한다.
건축과 인테리어 현장에서 공간을 고치고 다시 설계했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을 다시 설계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몇 살이든 삶은 다시 그릴 수 있고, 조금 늦더라도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지나오며 발견한 한 문장을 사람들에게 건넨다.
“추락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도 지금 다음 비상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중일지 모릅니다.”
빵을 굽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또 다른 경력을 만들어가는 사람. 인생 리모델러 시크릿마마, 우미화. 그녀의 인생 리모델링은 아직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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