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 이원희 저자 “죽음을 ‘당하는’ 사회에서 ‘맞이’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 저자 인터뷰 - 《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 이원희 저자
9월 10일 《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을 출간한 이원희 저자는 ‘죽음’이라는 낯설고 불편한 주제를 하룻밤 사이에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볼 수 있도록 엮은 죽음학 입문서를 통해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다. 은퇴를 앞두고 ‘이제부터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죽음 공부를 시작한 그는 자격증을 따고 여러 책을 읽으며 쌓은 지식을 원고로 옮겼다. 기업에서 대학으로, 경영과 진로에서 죽음학으로 길을 옮겨 온 이원희 저자를 만나 책에 담긴 이야기와 죽음을 일상의 대화로 가져오자는 그의 바람을 들어봤다.
《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의 책 내용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이원희 저자는 ‘죽음’이라는 낯설고 불편한 주제를 하룻밤 사이에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볼 수 있도록 엮은 죽음학 입문서라고 답했다. 제목에 ‘싫어도’를 넣은 것은 솔직한 심정이 그랬기 때문이라며, 자신도 죽음을 애써 외면하던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인생에서 가장 확실하게 찾아올 사건을 아무 준비 없이 맞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책은 여섯 부로 구성돼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이유를 살핀 뒤, 대부분이 병원에서 홀로 생을 마치는 현실과 치료(CURE)에서 돌봄(CARE)으로 시선을 옮겨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철학과 예술이 건네는 위로, 말기와 임종기의 차이, 사회가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 ‘허락받지 못한 슬픔’도 다루며, 마지막에는 연명의료결정법, 나다운 장례, 엔딩 노트 같은 실천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는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아니라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연명의료를 어디까지 받을지,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스스로 정해 두지 않으면 그 결정은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된다며, 죽음을 미리 공부하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 삶의 주인으로 남기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쓴 죽음 이야기
바쁜 업무 중에도 책 쓰기에 나선 이유를 묻는 말에, 그는 은퇴를 앞두고 ‘이제부터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다 죽음 공부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공부한 내용을 은퇴한 후 활동으로 이어가고 싶었고, 사람들 앞에 서려면 먼저 ‘이 사람 이야기는 들어볼 만하다’라는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그 신뢰를 얻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 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저술 동기로는 일반인이 부담 없이 펼쳐볼 만한 죽음 관련 책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다. 시중의 책은 의료 현장의 이야기이거나 학문적인 내용이 많아 거리감이 느껴졌기에, 전문가의 시선이 아니라 죽음이 낯설고 두려운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써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신도 의료인이 아니라 은퇴 후 죽음을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기에 처음 이 주제를 마주할 때의 막막함과 망설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하룻밤이면 읽을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로 건네고 싶었다고 전했다.
핵심 독자층을 묻자 1차 독자가 40~50대라고 답했다. 부모님이 병을 얻어 위중한 상태를 지켜보는 시기라 죽음이 처음으로 ‘내 가족의 일’이 되는 세대라는 것이다. 2차 독자는 60대 이후이며, 젊은 세대에게도 읽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별점으로는 죽음을 공부하며 읽은 철학서, 죽음학 교육 단체의 학술서, 의료인이 쓴 대중서를 한 권에 담았다는 점을 들었다. 죽음 교육 과정에서 익힌 죽음학의 핵심 내용과 의료 현장의 생생한 현실을 의료인이나 학자가 아닌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솔직하게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집필은 준비부터 출판까지 1년쯤 걸렸고, 실제 원고를 쓴 기간은 4개월 정도라고 전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어떻게 하면 쉽게 읽히게 할까?’였다고 한다. 책 쓰기 팁으로는 관련 책을 충분히 읽고 전체 얼개를 잡은 뒤 블로그나 브런치에 한 편씩 글을 쓰고, 발행한 글이 40~50편이 되면 출판사를 정해 책으로 엮는 순서를 소개했다.
죽음을 일상의 대화로, 돌봄 선진국으로
책 출간 후 독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고 한다. 한쪽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다뤘다”라는 반응이었고, 다른 한쪽은 “벌써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라는 반응이었다. 앞의 반응은 대부분 지금 그런 상황에 놓인 이들이었고, 뒤의 반응은 죽음이라는 말 자체를 꺼리거나 닥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하고 미뤄 두는 이들이었다.
그는 역설적으로 이 책이 가장 필요한 분들이 바로 그분들이라고 말했다. 출간까지의 가장 큰 어려움은 나이 들수록 책에 오래 집중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한참 집중하고 나면 눈이 침침해져 자신감을 잃을 뻔했지만,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 결국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람은 세 가지다. 철학 책이 덜 부담스러워졌고,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으며, 우리나라의 열악한 돌봄 현실과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꿔 보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저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꿈이 두 가지라고 답했다. 하나는 우리 사회가 죽음을 평소에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책을 만드는 이들에게 우리나라 돌봄의 현실과 문제점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책 출간과 함께 죽음 강의를 듣고 싶은 사람이 5명 이상 모여 부르면 어디든 찾아가 50분 동안 강의하는 ‘찾아가는 클래스 555’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죽음 문화가 앞선 나라들은 죽음 인식 주간을 정해 함께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인생 회의’라는 이름으로 삶의 마지막을 미리 의논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고, 독일과 일본에서는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죽음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죽음을 ‘맞이’하기보다 ‘당하고’ 있다며, 죽음을 일상의 대화로 가져오고 치료 선진국을 넘어 돌봄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이원희 저자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는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는 것’을 꼽았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이나 나이, 경력 같은 조건 앞에서 ‘나는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지 않고 도전해 왔고, 기업에서 대학으로, 경영과 진로에서 죽음학으로 옮겨 온 길도 그렇게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는 2015년 CJ그룹을 끝으로 기업 생활을 마무리한 때를 들었다. 직장 생활 중 본의 아니게 회사를 떠나야 했던 적이 두 번 있었는데, 두 번째로 회사를 나오던 시기에 박사 공부하고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생 후반부가 훨씬 풍부하고 의미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학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죽음 공부도, 이번 책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0년생인 그는 청년 세대에게 우리 세대는 나라가 유례없이 성장하는 흐름을 타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금 청년들의 어려움은 엄살이 아니라 현실이며, 그 현실을 만든 데에는 기성세대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출발선이 인생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바꿀 수 없는 것보다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혼자 버티려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인생의 지침은 ‘나다운 삶을 사는 것’이며, 하루를 1시간 30분 정도 운동으로 시작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아내와 중랑천을 한 시간쯤 걷는 것이 건강관리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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