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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풍 전 서강대 제14대 총장·KINGS 제4대 총장 “마음을 열면 혁신이 온다, 열역학의 진리로 대학과 세상을 바꾼 공학자”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6.06.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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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ver Story - 유기풍 전 서강대 제14대 총장·KINGS 제4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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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의 가장 엄밀한 법칙이 인간 사회와 조직을 해석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학자가 있다. 서강대학교 제14대 총장이자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4대 총장을 역임한 공학박사 유기풍이다. 대학 졸업후, 1977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핵연료개발사업단 연구개발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후 정부 국비 미국유학을 거쳐 1984년부터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로 35년간 열역학과 초임계 녹색기술 연구에 전념했다. 서강대에서 기획처장, 학생처장, 학장과 부총장등을 거쳐 제14대 총장을 역임했고, 2017년 정년퇴임 후에는 두려움 없이 KINGS 총장 공모에 도전해 제4대 총장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실무형 원자력 전문가 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정년후 고려대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강대 명예교수이자 시니어 학자로서 전공 분야 기업들의 기술 자문과 저술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혼돈 속의 질서(1989)번역을 시작으로 마음을 열면 혁신이 온다(2016), 영문 에세이 Beyond Boundaries: Innovation through Openness(2025), 최근작 한국, 한국인(2026)까지 이어지는 저서들을 관통하는 화두는 하나다.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열린 시스템만이 무질서를 극복하고 진화한다.’ 열역학의 진리를 대학 경영과 인간의 삶에 녹여낸 독창적인 통찰로 주목받아 온 유기풍 전 총장을 만나 그의 멈추지 않는 도전과 교육 철학을 들었다.

 

 

유기풍 전 총장의 학문적 여정은 1977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입사에서 시작되었다. 대학 화공학과에 입학했던 1970년은 시위와 강제 휴업이 반복되던 혼돈의 시기였다. 깊은 방황 끝에 낙제에 가까운 성적을 받고 사병으로 육군에 입대했다가, 34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후에야 비로소 철들어가며 제 길을 찾기 시작했다. 입시생 과외로 학비를 벌며 졸업한 뒤 경쟁이 극심했던 한국원자력연구원 공채에 합격하며 새로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연구원은 동료들 대부분이 미국 유학을 위해 TOEFLGRE를 준비하며 거쳐 가는 잠시 머무는 정거장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이직과 도전의 갈림길에 섰다.

 

그래, 나도 저들처럼 한번 부딪쳐 보자.”라는 그 결심이 1978년 정부 국비 유학생 선발시험 합격으로 이어졌다. 미국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분자열역학을 전공하던 시절, 그는 커피 한 잔 속에 존재하는 물과 카페인, 설탕 분자들이 아보가드로 수(6.0x10^{23})만큼 무수히 얽혀 상호작용하는 모습에 매료되었다. 주위와 끊임없이 에너지를 나누며 변화하는 분자들의 열린 경계, 외계와 소통하는 거대한 은하계(Macrocosmos) 천체들의 상호인력과 닮아 있었다. 이 분자 준위의 소우주(Microcosmos)에서 경이로움을 목격한 순간, 그는 평생 연구할 학문적 주제와 인생을 관통할 깊은 통찰을 동시에 얻었다.

 

귀국 후 1984년 서강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35년을 열역학과 초임계 녹색기술 연구에 쏟아부었다. 에너지, 분자열역학, 초임계 유체 기술 산업화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KAIST, POSTECH, 한양대, 전남대, 명지대, 세종대, 등과여러 해외 유수대학들과 여러 기업에서 현장 실무를 곁들인 강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 생활기록부에 담임 선생님이 남긴 결점이 없고 집념이 강한 어린이라는 평가처럼, 그의 끈기와 집념은 결국 서강대에서 처장, 산학협력단장, 학장과 부총장을 거쳐 제14대 총장에 오르는 길로 그를 이끌었다. 공학자라는 본업을 넘어 사립 종합대학교와 공립 전문 특수 대학원대학교의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경험한 감사하고도 특별한 이력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현재는 고려대 석좌교수를 거쳐, 서강대 명예교수이자 시니어 학자로서, 전공 분야 기업들의 기술 자문과 저술 활동에 매진하며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나날을 채워가고 있다.

 

열린 계의 진리, 대학 경영에 열역학을 심다

열역학에서 경계의 특성에 따라 시스템은 세 가지로 나뉜다. 외부와 아무것도 교환하지 못하는 고립계(Isolated system)’, 에너지나 정보만 교환하는 닫힌 계(Closed system)’, 모든 요소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역동적인 열린 계(Open system)’가 그것이다. 이 경계를 통해 유입·유출되는 요인과 내부의 자발적 생성이나 파괴등의 변화율을 수학 방정적으로 풀어내면 시스템의 진화 또는 퇴화 여부를 명확히 진단할 수 있다. 유 전 총장은 이 법칙을 서강대 총장 재임 시절 대학 경영에 그대로 투영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고립계의 운명은 비극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부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무질서도(엔트로피)가 최고조에 달해 생명과 변화가 완전히 멈춘 열적 죽음(Heat death)’의 상태에 이른다. 과거의 소련이나 지금의 북한처럼 폐쇄성을 고집한 체제들이 몰락의 길을 걸은 것은 자연의 엄밀한 법칙이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일수록 리더의 개방적 사고가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외부와 끊임없이 교환하고 소통하는 열린 사회, 열린 기업만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진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저서들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서 흐른다.

 

외부와 자원·정보를 끊임없이 교환하는 열린 시스템만이 무질서를 극복하고 진화한다라는 열역학적 진리다. 이를 인간 사회와 조직에 접목하여 닫힌 경계를 허물고 마음을 열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는 통찰을 담았다. 특히 최근작들은 KINGS 총장 시절의 영어 강연을 바탕으로, 비평형 열역학의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기적적인 발전과 K-문화의 역동성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결국 자연과학의 개방성과 흐름이라는 법칙이 인간의 삶과 국가의 문명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임을 증명하고자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에서 출발한 열역학은 최소의 에너지로 어떻게 최대의 동력을 얻을 것인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평생 이 분야를 연구해 오면서 자연과학의 법칙이 곧 인간 사회의 현상을 해석하는 가장 명확한 스크린임을 깨달았다고 그는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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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S에서 열린 혁신DNA를 이식하다

서강대학교 총장 정년퇴임 후 그는 두려움 없이 KINGS 총장 공모에 도전했다. 젊은 날 원자력연구원에서 일했던 향수와 새로운 도전정신이 그를 이끌었다. KINGS는 국내외 석박사급의 글로벌 스탠더드 원전 전문가 양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 국제 대학원대학교다. 취임 후 마주한 현실은 원자력 공학 분야 특유의 폐쇄성과 침체한 내부 분위기였다.

 

대학 특유의 야성과 공기관의 기강이 모두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조직은 체코 원전 수출 등 대한민국 원전 세일즈를 뒷받침할 숨은 영웅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

 

3년의 임기 동안 그는 활발한 국제 학술 교류를 추진하고 전공 간의 단단한 칸막이를 부수었으며, 대한민국 원전 수출을 위한 기술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원자력이라는 폐쇄적인 시스템에 열린 혁신DNA를 주입하고, KINGS를 세계적인 청정 원자력 에너지 전문 교육 기관으로 진화시킬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학연·지연을 배제하고 오직 공정으로 이끈 총장직

총장으로서 가장 어렵고 피로한 순간은 학연·지연의 패거리 문화와 집단 이기주의에 기반한 압력과 저항을 마주할 때였다고 그는 회고한다. 선진국 대학 총장들이 철저한 검증 후 오랜 임기를 보장받으며 일관된 철학으로 대학을 경영하는 것과 달리, 한국 대학 사회는 지나친 선거전과 소모적인 직선제 폐해에 노출되어 있다는 진단이다.

 

저는 서강대 총장으로 도전할 때 기댈 만한 학연이나 지연이 전혀 없었습니다. 험난한 과정을 거쳐 좁은 문을 통과했기에, 역설적으로 취임 후 그 어떤 고질적인 인연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학연과 지연을 단호히 배제한 채 오직 적재적소에 최고의 인재를 등용해 대학을 경영한 것을 인생의 가장 큰 자부심으로 꼽는다. 리더가 공정함과 확고한 소신을 지키면 최고의 지식인 집단인 대학은 반드시 변한다는 것이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론이다. 집단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켜내어 정체되었던 학교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총장으로서 가장 가슴 벅찬 보람이었다.

 

그의 경영 원칙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부단한 노력과 인내. ·박사 과정부터 총장으로서 대학 행정을 이끄는 중책에 이르기까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지름길은 없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그에 상응할 만큼 성실하게 살아내야 합니다.”

 

둘째는 열린 개방성이다. AI가 주도하는 초연결 사회에서 외부와 단절된 닫힌 시스템은 결코 진화할 수 없다. 셋째는 정도(正道)’를 걷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에 휘둘려 원칙을 잃기 쉬운 때일수록 본질에 충실하고 바른길을 걷는 경영만이 조직과 사회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끄는 열쇠라는 것이 그의 굳은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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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위기의 처방열린 경계로 스스로를 혁신하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기에 대해서도 그는 명확한 처방을 제시한다. 현재 국내 종합대학은 연간 약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지만 실제 입학 가능 인구는 3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거대한 수급 불균형이 대학 재정 위기의 핵심이다. 그는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공급 과잉인 학생 정원을 과감히 감축하는 대신 교원 비율을 높여 교육의 질적 고도화를 이루어야 한다. 둘째, 수백 년간 지속되어 온 학과 중심의 고립된 칸막이를 허물고 학문 간 융합을 이루는 열린 경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지식 주입식 교육에서 완전히 벗어나 AI 시대에 걸맞은 학생 주도의 자기 주도적 학습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인구 감소라는 주위의 변화에 대항하기보다, 대학이라는 시스템의 내부 체질을 과감히 혁신하여 스스로 진화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불황기를 겪는 기업인들에게도 그의 처방은 명확하다. 시스템 내부의 무질서도 증가를 막기 위해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 경계를 열어젖히는 경영이다. 불황기일수록 내부의 자원과 지식만을 고집하는 폐쇄적 칸막이를 허물고 열린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외부의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 글로벌 시장의 자본을 제한 없이 교환할 수 있는 열린 경계를 구축해야만 조직의 정체와 퇴화를 막을 수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갇힌 닫힌 리더십은 불황기에 조직을 더 빠르게 고립시킬 뿐이다. 리더는 부서와 산업 간의 장벽을 타파하고 세계의 실시간 트렌드를 과감히 수용하여 시장의 불균형을 역동적인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경영 메커니즘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열어라,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진심

그는 청빈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든든한 연고나 배경이 없었다. 처음부터 정해진 팔자나 운명 같은 것은 절대 없다는 것이 그가 삶으로 증명해 온 진실이다.

 

생각이 닫혀 있는 젊은이는 성장을 멈추며, 당당하게 열린 경쟁을 마주하지 못하면 인생을 진화시킬 수 없습니다. 자신감이 없을수록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학연이나 지연 같은 폐쇄적인 울타리에 매달리게 됩니다.”

 

‘3포 세대’, ‘흙수저라고 자조하며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그가 건네는 답도 하나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s)’라는 것이다. 훗날 무엇이 유망할지 미리 걱정하며 헤매기보다, 내가 재미있어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기본기부터 단단하게 다지며 묵묵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과 경제적 부담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하고 마음이 무겁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그대를 잠시 초라하게 만들지라도 절대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역사를 넓게 펼쳐보아도 인간의 삶은 누구나 생로병사를 겪으며 저마다 힘겨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삶은 원래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는 점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젊은이들, 힘차게 파이팅합시다!”

 

리더들에게는 다독보다 깊이 읽는 정독(精讀)을 권한다. 시류에 흔들리는 글보다 시공간을 견뎌낸 고전과 전공 분야의 본질을 파고드는 독서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지혜가 되었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요즘 뒤늦게 3구 당구에 빠져든다는 그는,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본업에 몰두하는 삶의 태도가 자신을 지탱해 온 유일한 비결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그는 서강대학교 총장 재임 시절 자신이 공언했던 원칙들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공대 교수이면서도 인문학적 시각을 잃지 않았던 경험, 학연과 지연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제자를 이끌었던 기억이 그 확신의 근거다. 그가 KINGS 총장으로 도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날 원자력연구원에서 일했던 향수 외에도, 도전의 설렘과 새로운 조직을 열린 혁신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가 그를 공모전으로 이끌었다. 비록 짧은 임기였지만, 원자력이라는 폐쇄적 시스템에 외부와의 교환이라는 에너지를 주입하고 KINGS를 더 큰 세계로 열어가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그 도전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을 열린 계로 유지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그는 담담히 말한다.

 

공대 교수이지만 틈틈이 역사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다고 그는 말한다. 6·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절에 태어나 70대 중반에 이른 지금, 전 세계가 놀란 경제 대국을 일구어내고 지난 75년간 큰 전쟁 없이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이 나라의 역사에 깊이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일군 풍요 속에서도 오히려 취업과 결혼을 포기하며 아파하고 있다. 특히 AI가 주도하는 거대한 산업혁명 속에서 무얼 먹고살아야 하나 눈앞이 캄캄할 것이다. 그러한 청년들의 불안과 퍽퍽한 삶을 보면 기성세대로서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그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공대 교수이면서도 이러한 인문학적 시각과 소통 노력을 잃지 않았던 덕분에 총장이라는 과분한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감사한 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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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교육자, 그리고 진인사대천명의 삶

그가 평생 봉직한 서강대학교는 이른바 ‘SKY’라 불리는 최상위 대학의 장벽 밖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곳이다. 그는 제자들에게 학연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오직 전공 분야의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치 옛날 시골 서당에서 발음이 부실한 훈장 선생님이 나는 삐뚤게 발음할지라도 너희만큼은 올바르게 깨쳐야 한다고 가르치던 딱 그 심정이었습니다. 제 미흡함은 감출 수 없어도, 내 제자들만큼은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전문가로 키워내고 싶었던 스승의 사랑이었습니다.”

 

그가 제자들과 대중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분명하다.

 

출발선의 한계와 과거의 미흡함을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해 낸 교육자, 타고난 배경을 탓하지 않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몇 배로 땀 흘리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삶을 개척해 나간 인간,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그 위대한 긍정의 힘과 진화의 법칙을 몸소 보여준 완고하지만, 진솔했던 교육자로 기억된다면 더없는 보람이겠습니다.”

 

현재 진행형의 도전을 지속하는 그의 원동력은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는 부단한 정진미래를 향한 선제적 대비(유비무환)’에 있다. 많은 동년배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신적으로 노쇠해지거나 뒷방의 노인으로 안주하는 길을 택할 때, 그는 그러한 정체를 단호히 거부한다.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운동과 거침없는 독서, 그리고 평생 체득한 기술을 전수하고 자문하는 현재 진행형의 삶이야말로 자신의 내부에 쌓이는 엔트로피 증가를 막고 날마다 새롭게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오늘도 그는 열린 계의 진리를 몸으로 증명하며 걸어간다. 닫힌 경계를 허물고 마음을 열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일어난다는 그 진리가, 한평생을 살아낸 공학자의 삶 속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청년 시절부터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주변 환경의 한계에 가치관을 저당 잡히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그는, 대신 개인의 영역에서만큼은 흔들림 없이 바른길을 걷고자 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대학 졸업 무렵에는 화공학의 본질을 깊이 파고드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를 향한 열린 창이 되어줄 영어 공부에 몰두했다. 기본기를 철저히 다지며 미래를 준비했던 태도가 훗날 학문적 성취와 행정가로서의 성장을 이끈 든든한 주춧돌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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