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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던지는 짱돌》 이채필 저자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한다”… 정직한 회고로 던지는 마지막 짱돌

  • 이준영 기자
  • 입력 2026.10.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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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 인터뷰 - 《다시 던지는 짱돌》 이채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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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소아마비 장애로 놀림을 받을 때 길에서 주운 돌 하나를 던지고서야 위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자라 대한민국 고용노동부 장관이 됐고, 31년간 고용노동 행정의 최일선에서 일했다. 이채필 전 장관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노동부 행정사무관을 시작으로 산업안전국장, 고용정책심의관, 직업능력정책국장, 노사협력정책국장, 기획조정실장, 노사정책실장을 거쳐 노동부·고용노동부 차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013년 공직을 떠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와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일자리연대 상임대표 등을 지냈고 현재는 고려대 노동대학원 특임교수와 6223미래포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채필이 던진 짱돌》 1·2권에 이어, 완결판인 《다시 던지는 짱돌》을 최근 펴냈다. 청년 일자리, 노동시장 개혁, 공직사회의 인사 시스템까지 그가 평생 붙들어 온 화두를 담은 이 책은 성공담이 아니라 성찰의 기록에 가깝다. 본지는 그를 만나 책에 담긴 이야기와 지금, 이 시대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들어봤다.

 

 

《다시 던지는 짱돌》에는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하기 위한 ‘나만의 바른말 쓴소리 사용법’과 실제 사례,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범정부적 고용·세제·학제·에너지 정책, 노사관계 운영과 주휴수당 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독일의 노동 개혁 사례를 분석하고 1997년 이후 13년간 유예됐던 노조 전임자 제도 폐지와 복수노조 시행을 이룬 2010년 이명박 정부의 개혁 사례 등 역대 정부의 노동 개혁 성패 요인도 상세히 규명했다. 노동계에 기울어진 사회적 대화 체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구조적 병폐와 해법도 함께 다뤘다. 《이채필이 던진 짱돌》 1·2권이 노동 행정을 선택한 동기와 일자리 현장, 소용돌이의 한국 노사관계, 13년 만의 노동 개혁 추진 경험을 다뤘다면, 이번 완결편에는 그때 미처 담지 못한 욕 먹더라도 할 일 하기, 청년 고용을 위한 적극 행정, 노동시장 개혁의 방법론, 소명으로서의 행정과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지막 충정으로 담았다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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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돌’ 하나로 조롱을 밀어내던 소년, 31년 공직의 원동력

세 권의 책 제목에 모두 담긴 ‘짱돌’이라는 단어에는 그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아마비 장애로 학교에 다닐 때 아이들이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조롱하던 순간, 우연히 길에서 주운 짱돌을 던지면서 그 편견과 위축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후 중앙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며 그는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가로막힌 장벽을 풀어가는 정책 아이디어를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짱돌에 담긴 의미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자 변화를 향한 도전이었으며, 사람과 사랑, 정의를 향한 신념의 상징이었습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10여 가구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는 유일한 외부 세계와의 통로였던 라디오에서 “현대 국가는 사회의 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행정국가”라는 말을 듣고 전율을 느꼈고, 그 길로 행정학을 전공해 행정고시를 지망했다. 사람의 직업생활을 뒷받침하는 노동부를 희망 부처로 택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와 산재보상·예방, 노사관계의 공정성 유지, 구직자 취업 알선과 직업능력 향상 업무에 30여 년을 종사했다. “스펙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으로서 여러 현안을 해결하다 보니 보람이 느껴졌다”라는 그는, 무엇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보다 주어진 자리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원점에서 해법을 찾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맡은 일을 잘하는 것 외에는 뭘 바라거나 욕심내지 않게 된 것, 그것이 제 공직 생활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 있는 곳에 대안 있다”…공은 아래로, 책임은 위로

책을 관통하는 철학인 “사회 있는 곳에 문제 있고, 문제 있는 곳에 대안 있다”라는 그가 행정 현장에서 체득한 확신이다.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면 어떻게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의 성과와 개인의 발전이 조화되는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동기부여에 힘써왔다며 “행정은 사회적 병리 현상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사회의 의사라는 희열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인사정책에 대해서는 오랜 관찰 끝에 얻은 원칙을 소개했다. 깔끔한 인재에게는 기획과 정책홍보 업무를, 유능한 인재에게는 당면 현안 처리 기회를,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는 인재에게는 신임하고 맡기는 것이 더욱 창조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을 고무하고 끌어주되 뒷다리를 잡히지 않도록 방해물을 치워주는 악역은 리더가 책임지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가 총무과장 시절부터 힘쓴 것은 업무 성과가 근무평정에 제대로 반영되는 합리적인 평가 문화였다.

 

“책임은 장·차관을 비롯한 상사가 지고, 공은 실무 당사자에게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직원들은 ‘우리는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라고 자부하며 신나게 일하게 됩니다.”

 

국회가 행정부의 실무자를 직접 불러 닦달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그는 “상사는 정치적 바람막이가 되어주어야 한다”라며, 부처 최종 책임자가 입장을 명쾌하게 정리해 악역을 자처해야 직원들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의 노동 개혁을 두루 평가하며 그는 공통된 문제를 짚었다. 김영삼 정부는 복수노조 금지와 제삼자 개입 금지,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조항을 삭제하고 정리해고제·탄력근로제·파견근로제를 도입하려다 노동법 개정 파동을 겪었다. 김대중 정부는 IMF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정리해고 제도와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했고, 노무현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1997년 이후 13년간 유예되어 온 노조 전임자 제도 폐지와 복수노조 제도 전면 시행을 이뤄 성공적인 노동 개혁 사례로 꼽힌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입법과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윤석열 정부의 주52시간제 개편은 모두 좌절됐다.

 

“노동 개혁을 둘러싼 대립과 난관을 돌파하려면 이해당사자들과의 사회적 대화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정부의 정책 역량 발휘가 그 시작이자 1차 관문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정부는 이 단계에서부터 실패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화 체제가 구조적으로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소수의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과 공익, 청년을 중심으로 대표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ANK Speech’…욕먹을 각오로 쓴소리하는 법

책에서 처음 공개한 ‘나만의 바른말 쓴소리 사용법’은 네 가지 요소, ‘TANK Speech’로 압축된다. 진실한가(Truth), 대안이 있는가(Alternative), 지금 해야 할 만큼 절박한가(Now), 친절한가(Kind)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적 행동이어야 하고, 지적에 앞서 문제의 해법이 있어야 하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말하는 자세나 방법이 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폭력은 사람의 몸에 상처를 내지만, 말을 한 번 잘못 내뱉으면 뼈를 깎는 정신적 고통을 안겨줍니다. 인간관계가 좀 불편해지더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어야 하고, 다르게 생각한다고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는 “할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이기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충정이 담긴 비판적 지지여야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오늘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누군가 말해야 할 때 침묵하거나 나서야 할 때 몸을 움츠리는 당국자들의 행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에는 이 원칙을 실제로 적용한 공직 생활의 여러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기획관리실 시절 직제에도 없는 부서까지 불러 모으고서 마이크도 없이 넘어가려던 회의 진행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해 서면이나 공문으로 의견을 파악하도록 바로잡은 일, 총무과장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의 개인적 인사 천거에 대해 직접 만나 산하 기관장 대신 감사직을 제안하며 절충한 일, 직업능력정책국장 시절 감사 결과 드러난 기관의 문제점에 대해 장관의 반복된 ‘불문’ 권고 요청을 설득해 끝내 시정한 일, 대통령의 연두 업무 보고에서 소관 국장이 답변하지 못하자 다른 부서 국장임에도 대신 나서 상황을 수습한 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외국인력 수급 조정을 당일 발표하라는 대통령의 반복된 지시에 “대통령님, 이 일은 주무 장관에게 맡겨주십시오”라며 절차를 밟아 처리한 일 등이다.

 

“사례는 다르지만, 법과 원칙, 상식에 부합하게 처리했다는 점에서는 공통됩니다. 그래서 특정한 사례가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12년 만에 다시 든 짱돌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정부는 그 기반을 닦아야 한다”라는 그의 대안은 명확하다. 일자리는 나라의 예산이 아니라 민간과 기업이 창출하며, 탄력적인 노동시장과 튼실한 사회안전망,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인재의 역량을 갖추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노사관계 역시 노동조합의 기득권 공고화가 아니라 ‘단결과 연대’로 취약한 근로자를 보호하고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데 지장이 없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우면 기업은 위험을 회피하고,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을 맞아 자동화나 무인화에 나서는 대신 사람의 채용에는 소극적으로 되기 쉽다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에서 로봇으로 바뀌는 산업현장이 늘어날 것입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동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은 유연한 노동시장과 탄탄한 사회안전망, 적극적인 교육훈련을 삼각 축으로 한 ‘황금삼각형’으로, 노사정 행위 주체들이 오랜 갈등과 협의를 거쳐 구축한 역사적 산물이라고 그는 소개한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 역시 슈뢰더 총리가 노무 담당 이사 출신에게 위원장을 맡겨 추진한 사례로, “결정권은 정당성을 가진 정부가 갖는 것이 효율적이고 민주적”이라던 슈뢰더 전 총리의 조언을 그는 인상 깊게 인용했다.

 

“우리도 국민적 공감을 바탕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치밀하게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도 그가 눈여겨보는 사례다. 1982년 노사가 임금인상 자제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합의한 이 협약은 이후 실업급여 지급 요건 강화와 시간제 일자리 확충 등으로 이어지며 네덜란드 경제를 회복시켰다. 협상을 주도한 네덜란드노총 위원장은 이후 총리에 올라 2002년까지 재임했다. 그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도 함께 소개했다. 2002년 슈뢰더 총리가 폭스바겐 노무 담당 이사 출신 피터 하르츠에게 위원장을 맡겨 추진한 이 개혁은 구직자 취업 노력 촉진과 고용서비스 질 향상, 노동시장 유연화를 이뤄냈다. 2015년 방한한 슈뢰더 전 총리가 “결정권은 정당성을 가진 정부가 갖는 것이 효율적이고 민주적”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방안을 만들어 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라고 말한 대목을, 그는 우리나라를 향한 뼈있는 조언으로 인용했다.

 

2013년 공직을 떠난 지 12년이 넘은 지금 다시 짱돌을 든 이유를 묻자, 그는 “최근 국정운영을 보면 거시적인 성장 담론이나 구조 개혁 논의는 사라진 지 오래고, 소소한 것 위주로 다뤄지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숲도 보고 나뭇가지도 보는 ‘대관세찰(大觀細察)’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30년 넘게 고용노동 행정을 수행하며 얻은 경험을 정확히 기록해 전달하는 것이 “소명으로서 행정을 수행했던 저의 마지막 역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동안 30년이 넘는 기간 소용돌이치는 고용노동 행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자세로 전심전력을 다해 맡은 업무를 수행했다는 그는, 이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전달해 뜻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화려한 성과만이 아니라 시행착오와 반성까지 있는 그대로 담은 것도 우리 행정과 정책의 개선에 참고할 밑거름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친 공직 인생에서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둘러싼 행정과 정책의 추진 경험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시사점, 시행착오나 안타까움, 반성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미래 대안까지 포함했습니다. 행정을 둘러싼 여의도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전해 우리나라 행정이나 정책의 개선에 반드시 참고할 만한 밑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공직 생활 중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소신과 원칙을 지킬 수 있었던 힘에 대해서는, 상식과 합리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면 대부분 해결되는 경험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정책을 수립하거나 집행하는 공무원은 소관 업무를 처리하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미리 겁먹고 문제에 대한 접근을 회피하거나 대처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청년 고용 현실에 대해서도 그는 뚜렷한 진단과 제안을 내놓는다.

 

“한 나라의 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는 경제성장률이고, 노동시장의 건전성은 청년 고용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라며, 최근 들어 성장은 해도 고용이 없고 ‘쉬었음’ 청년이 계속 늘고 있어서 일 경험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하는 방안 중 하나는 ‘K-청년봉사단’이다. 미국이 1961년 설립한 평화봉사단이 25만여 명의 청년을 개발도상국에 파견하고 1966년부터 1981년까지 2,060명이 한국에서 봉사했던 사례처럼, 우리도 상장기업과 연계해 청년을 개발도상국에 매칭시키면 안목과 일자리 영토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면 세상을 보는 적극적인 시각으로 무장하게 됩니다.”

 

30년 넘는 세월 소용돌이치는 행정 현장에서 쌓아온 성찰을 마지막 충정으로 담았다는 그의 책은,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정직한 회고로 다시 던지는 짱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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