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인터뷰 - 《K 뱅크 레볼루션》 김준태 저자

한국 금융 산업이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과거 금융의 상징이었던 화려한 은행 지점과 창구는 점차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모바일 앱과 플랫폼이 채우고 있다. 이제 고객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는 대신, 쇼핑을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상적인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금융을 소비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서비스의 이동을 넘어 금융의 본질적인 정의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11월 1일 출간된 《K 뱅크 레볼루션》은 바로 이 지점, 즉 ‘왜 한국의 금융 혁신은 은행이 아닌 플랫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치밀한 탐구의 결과물이다. 저자 김준태는 이 책을 통해 포털, 커머스, 메신저가 일상의 인프라가 된 한국 시장에서 금융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금융의 미래를 예언하기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는 그를 만나,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금융 혁명의 실체를 심도 있게 들어보았다.
“한국 금융은 지금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제 금융은 더 이상 은행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머물지 않습니다.”
김준태 저자는 신작 《K 뱅크 레볼루션》을 펴내며 가장 먼저 ‘금융의 공간적 해체’와 ‘기능적 융합’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의 금융이 상품과 공급자 중심의 수직적 구조였다면, 현재의 금융은 고객의 이용 행태와 생활 인프라 중심의 수평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결제와 대출, 자산 관리가 쇼핑과 콘텐츠 소비라는 일상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현상, 이것이 그가 말하는 ‘레볼루션(Revolution)’의 핵심이다.
그는 특히 한국 시장이 가진 독특한 특수성에 주목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메신저와 커머스가 전국민적 인프라로 강력하게 자리 잡은 시장이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금융 혁신 역시 기존 금융권의 내부적 개혁보다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을 하나의 ‘서비스 모듈’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더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책은 단순히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플랫폼 산업이 어떻게 금융이라는 전통적 성역을 해체하고, 이를 자신들의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 그 구조적 메커니즘을 상세히 파헤친다.
사실 대중은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그리고 K 뱅크와 같은 서비스들을 편리함이라는 측면에서만 소비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그 편리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흐름’과 ‘고객 점유의 법칙’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플랫폼은 고객이 무엇을 사고, 누구와 대화하며,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알고 있다. 금융은 그 데이터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가장 강력한 수익 모델이자 고객 락인(Lock-in) 장치다. 따라서 플랫폼이 금융을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확장을 위한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저자는 집필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으로 ‘한국적 맥락에서의 재해석’을 꼽았다. 서구권의 핀테크 열풍과는 결이 다른, 한국만의 특수한 IT 환경과 규제 지형 속에서 어떻게 독자적인 금융 생태계가 구축되었는지를 추적한 것이다. 그는 “금융의 미래를 섣불리 단정하거나 예언하기보다는,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해석하기 위한 나침반을 제공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플랫폼이 설계하는 새로운 금융의 문법과 연결의 방식
그렇다면 전통적인 은행과 플랫폼 기반의 금융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김 저자는 이를 ‘연결의 방식’과 ‘맥락의 소유’ 차이로 설명한다. 전통적인 은행이 금융 상품을 팔기 위해 마케팅을 하고 고객을 창구로 불러모으는 방식이라면, 플랫폼은 이미 모여 있는 고객의 일상 속에 금융을 스며들게 한다. 고객이 물건을 사려는 순간에 할부 금융을 제안하고, 잔돈이 남는 순간에 소액 투자를 권유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은 독립된 목적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 산업의 문법 자체를 뒤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력과 지점망이 은행의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더 고객의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가, 즉 ‘접점의 주도권’이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저자는 이를 “금융이 권위의 옷을 벗고 편의의 옷을 입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고객은 더 이상 ‘은행의 시간’에 맞추지 않는다. 금융이 ‘고객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기를 바란다. 금융은 더 이상 금융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 모두가 이 거대한 플랫폼 금융의 설계자이자 참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술이 금융을 바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욕망과 행태가 기술을 빌려 금융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기술 이면의 ‘사람’과 ‘일상’을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또한 최근의 급격한 금리 변동과 경기 침체 속에서도 플랫폼 금융의 본질적인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오히려 불황일수록 비용 효율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한 금융 서비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신용을 더욱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고, 이는 곧 기존 금융권이 담아내지 못했던 씬 파일러(Thin Filer)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포용 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차피 할 거라면 오늘 하자”, 실행이 만드는 성취의 기록
김 저자의 삶을 관통하는 경영 철학은 매우 명쾌하고 단호하다.
“어차피 할 거라면 오늘 하자”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결정을 미루는 것은 결국 기회비용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어떤 사안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정보와 자원 안에서 최선의 판단을 내리고 즉시 실행에 옮기는 편을 택해 왔다.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다 보면 골든타임을 놓치기 마련입니다. 실행이 있어야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판단의 기준이 생깁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일단 실행을 해야 그 결과로부터 다시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행 중심의 사고방식은 그가 금융 산업의 변화를 포착하고 분석하는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관망하기보다 그 흐름 속에 뛰어들어 직접 부딪히며 체득한 통찰이 이번 책 《K 뱅크 레볼루션》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독자들에게도 완벽한 계획보다는 작은 실행의 반복이 만드는 위대한 차이를 강조한다.
그의 조언은 비단 비즈니스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 저자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커리어와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그는 “지금의 불안과 상대적 박탈감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저자 본인 역시 커리어의 매 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서 불안을 느꼈고 방향을 고민하며 걸어왔음을 고백했다.
그는 커리어를 ‘점들이 연결되어 선이 되는 과정’에 비유했다. 지금 당장은 무의미해 보이는 경험일지라도 진심을 다해 쌓아 올린다면, 훗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그 점들이 연결되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급함에 쫓기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CEO와 리더들에게 꾸준한 자기 관리와 방향성을 잃지 않는 태도를 당부했다. 육체적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신적 판단력 또한 흐려질 수밖에 없기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건강 관리 루틴을 지키는 것이 리더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본질을 꿰뚫어 보는 ‘자신만의 지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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