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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타(주) 박미연 대표이사 사찰 프로그램에서 국가 인프라 보안까지…발상의 전환이 만든 35년의 여정

  • 이지훈 기자
  • 입력 2026.10.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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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의 기업 - 아란타(주) 박미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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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스님이 지어준 이름을 사명으로 삼은 회사가 있다. 사찰종무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 사찰에 컴퓨터와 프린터, 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납품하며 시작한 아란타(주)다. 그 시절에는 프로그램 사용법도 전화로 안내하고 새벽마다 직원이 직접 출장을 다녔는데, 출장 가던 직원이 교통사고를 낸 사건을 계기로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1993년 국내 최초로 DOS용 원격제어 프로그램 ‘AS박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영업부장과 영업이사, 부사장을 거쳐 2026년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녀는 윤상권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온라인 용역통제시스템 ‘위즈헬퍼원’으로 공공시장을 개척해 온 박미연 대표를 만나 아란타의 35년과 앞으로의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1994년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원격제어 프로그램 Twin-Net과 AS박사 3.0을 출시하면서 아란타는 사찰을 넘어 일반기업으로 시장을 넓혔다. 당시 국내 시장에는 미국에서 들어온 PC애니웨어라는 제품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아란타는 모뎀 통신에서 TCP/IP 네트워크 통신으로 넘어가는 기술 전환기에 이 경쟁 제품과 정면으로 맞섰다. Twin-Net은 일본 시장에 진출한 첫 제품이 됐고, 2000년에는 미국 산호세에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진출을 모색했다. 이 시기 아란타는 신소프트웨어 대상과 벤처기업 대상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잇달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이후로도 일본 IT기업 SENTAN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일본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파일 암호화 보안 프로그램 ‘포인트락’을 개발해 2001년 맥아피와 공급 계약까지 맺었지만, 판매를 앞두고 9·11 테러가 발생하며 그 꿈은 아쉽게 무산됐다.

 

사찰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35년

2000년대 들어 의약 분업화와 신용카드 활성화에 따른 POS 단말기 보급, 전자정부법 제정은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서비스화·솔루션화되기 좋은 토양이 됐다. 아란타는 이 흐름을 타고 2000년 ‘인터넷A/S박사’를 출시해 전국 약국프로그램업체를 대상으로 ASP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장 기사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망으로 원격지 단말기를 제어하는 이 서비스는 지금의 구독형 서비스, 즉 SaaS의 시발점이었다. 아이리버와 삼성테크윈, 올림푸스한국 같은 디지털기기 업체는 물론 국세청 홈택스와 근로장려시스템, 보건복지부, 기업은행, 삼성화재해상보험 등 공공기관과 금융기관까지, 아란타의 원격지원 솔루션은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영역을 넓혀왔다. 이때 맺은 인연은 지금도 고객으로 이어지고 있다.

 

30여 년간 영업 현장을 지켜온 그녀에게 개발자 시절의 경험은 여전히 가장 큰 자산이다. 고객은 만들어진 패키지 제품을 그대로 쓰지 않고 반드시 요구사항을 반영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한국 시장의 특성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수정 요구가 나왔을 때 개발 공수를 얼마나 들여야 하는지 그 자리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제품의 모든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개발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보건복지부의 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사업단을 직접 찾아간 일화도 있다. 당시 업계에 갓 도입된 GS(굿소프트웨어) 인증을 받은 원격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짚어 담당자를 설득했고, 결국 공개 설명회 자리에서 지목받아 수주로 이어졌다. 국세청과 보건복지부에 납품한 솔루션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운영체제가 바뀔 때마다 업그레이드를 제안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고객이 먼저 요청해 두 달 만에 모바일 원격지원 기능을 개발해 은행권에 납품한 경험도 있다.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가 곧 다음에 준비할 것을 암시한다는 그녀의 감각은, 원격지원 기술에 보안을 더한 용역통제시스템으로, 다시 AI를 접목한 자동화 솔루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는 방향을 바꾼 발상, 위즈헬퍼원

공공시장은 무엇보다 보안이 우선이다. 외부에서 직접 접속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순간 보안이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원격제어는 흔히 제어하는 사람과 제어 받는 사람으로 역할이 나뉘는데, 공공기관이 유지보수를 받으려면 결국 공공기관이 제어 받는 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2014년 출시한 ‘위즈헬퍼원(WizhelperONE)’은 이 문제를 발상의 전환으로 풀어낸 제품이다. 원격제어자와 제어 받는 사람의 시각을 뒤바꿔, 외부 엔지니어가 내부 담당자와 연결되는 순간 내부 담당자의 화면이 뜨도록 설계했다. 연결의 주도권과 승인·기록 관리는 내부 담당자가 쥐고, 외부 엔지니어는 별도의 아이디 없이 본인 인증과 보안서약서 작성, 2Factor OTP 인증, 접속번호 인증을 거치고 단말기의 보안요건까지 충족해야 비로소 화면을 볼 수 있다. 모든 작업은 서버에 자동 녹화되고 접속·작업 기록이 감사 대응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작업 중에는 네트워크와 클립보드, 인쇄, 파일 송수신까지 드라이버 단에서 차단된다.

 

코로나19를 지나며 국가보안지침이 개정돼 공공기관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원격 유지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되자, 위즈헬퍼원은 300여 기관의 보안성 검토를 거쳐 도입됐고 아란타는 2024년 공공발주자협의회 공로상을 받았다.

 

현재 국내 300여개의 공공·금융기관이 위즈헬퍼원을 도입해, 온라인 용역통제시스템 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재택근무·원격접속통제 솔루션 위즈헬퍼원SE도 함께 운영하며, 기본 제품인 위즈헬퍼는 PC뿐 아니라 안드로이드와 iOS 모바일 원격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현재는 대법원 가족관계 등록시스템에도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어, 연말정산과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등 국민 생활 곳곳에 아란타의 기술이 스며들어 있는 셈이다. 원격솔루션 업계는 6~7개 기업이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으로, 후발주자들이 저가 경쟁에 나서며 한때 연 150만~200만 원하던 구독료가 20만~30만 원대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이런 출혈 경쟁 속에서 아란타는 임대형 서비스에서 구축형으로, 다시 공공시장으로 방향을 틀며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만들어왔다. N2SF와 제로트러스트 등 갈수록 강화되는 보안 기준에 대응할 다음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공공시장을 넘어 다양한 산업군,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준비한다는 것이 그녀의 구상이다.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는 또 다른 시선

아란타는 기업의 데이터 유출을 막기 위한 MDM 솔루션도 개발했지만, 박미연 대표는 이 기술을 거꾸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고민했다. 휴대폰의 카메라와 녹음 기능을 차단하는 기술을, 반대로 위험한 순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뒤집어 보자는 발상이었다. 그 결과물이 ‘스마트 긴급알람앱’이다. CCTV가 촘촘히 깔린 나라이지만 실내처럼 카메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등록된 가족이나 지인에게 신호를 보내고, 휴대폰 카메라의 전후방 영상과 위치정보, 소리를 전송해 서버에 자동 녹화하는 서비스다. 스토킹 범죄나 낙상사고, 1인 가구의 위험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증거를 남기자는 취지로, 스마트시티와 국민 안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던 시기에 개발됐다. 현재 김천시와 대구 달서구에 구축돼 시민 안전서비스로 쓰이고 있으며, 일반인은 스마트폰 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소외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라, 결국 사람 중심의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에이전트 AI가 모든 업무와 관계를 대신 처리해 주는 시대가 오더라도, 사람은 결국 사람답게 사는 데 대한 관심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녀는 내다본다. 실제로 연구소에서는 개발 보조 도구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영업과 기술지원, 마케팅 자료 작성에도 AI를 쓰고 있지만, 보안을 다루는 회사인 만큼 민감한 정보가 AI에 학습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에는 AI 이상행위 탐지 기능을 접목해, 원격 작업 중 정상적인 유지보수를 넘어서는 이상 행동을 감지하는 방향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그녀 스스로도 최근 AI 관련 교육을 받아 자격을 취득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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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으로 이어온 리더십

올해 1월 취임 이후 그녀가 가장 몰두하는 것은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이다. 회사 규모는 매출 약 30억 원에 직원 18명 안팎으로, SI성 인건비 기반 사업을 하지 않는 만큼 인위적으로 조직을 키우기보다 필요한 인력을 꾸준히 채용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그동안 1대1 코칭 방식으로 일일이 들여다보고 이슈를 찾아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면, 이제는 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결정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대표이사에게 병목현상이 생기지 않는 조직으로 바꾸고자 한다. 경영 전체의 흐름을 관리하는 윤상권 대표와 현장을 발굴하고 고객과 소통하는 일을 전담하는 그녀, 두 대표가 각자 잘하는 영역을 나누면서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개발자 출신 대표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마케팅이라고 그녀는 꼽는다. 대외적으로 회사를 더 알리고 키워보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실력만큼 알려지지 않은 것이 늘 아쉽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장 큰 보람은 고객이 먼저 알고 찾아와 줄 때, 그리고 그것이 구축으로 이어질 때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300개를 넘어서는 판매 실적을 거뒀고, 올해는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판매조직 확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시장을 미리 읽는 기술개발과 빠른 의사결정·실행력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온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비결이라는 그녀는, 20여 명의 적은 인원으로도 코로나 시기 재택근무 보안 요건을 충족하는 유일한 솔루션으로 여러 금융기관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구축해 낸 경험을 자랑스럽게 떠올린다. 정부 과제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벌어들인 수익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해 온 것도 아란타가 지속해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 온 원동력이다. 고객의 AS 요청이 접수되면 기술지원팀과 연구소가 진행 상황을 함께 공유하도록 만든 영업 관리 시스템은 26년째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원동력은 책임감이다. 회사를 이전하던 시절 영업이 힘들어 연구소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을 때, 한 연구소 부장이 “이사님에게 딸린 식구가 얼마인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라고 되물었던 대화를 그녀는 지금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자신의 가정뿐 아니라 직원들의 가정, 그 안의 아이들과 부모님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아란타에는 미혼으로 입사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직원이 많고, 근속 10년에서 20년을 향해 가는 중추적인 직원들도 여럿이다. 연구소장은 17년째 총무를 맡은 관리팀 차장은 14년째, 아란타가 첫 직장인 기술지원팀장도 10년째 함께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입사 면접에서 지원자들이 “35년 된 회사라 망하지 않을 것 같고, 월급이 밀릴 걱정이 없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그녀에게는 회사의 오랜 역사가 만든 뜻밖의 장점이다.

 

신뢰를 원칙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는 것을 기업문화로 삼아온 그녀는 조용한 사무실을 자랑스러워한다. 아란타는 주 5일제가 자리 잡기 한참 전부터 5일 근무를 시행했고, 개발·제조를 겸하는 회사임에도 야근을 지양해 직원 대부분이 늦어도 오후 6시 반이면 퇴근한다. 근무 시간에는 각자 자리에서 조용히 일에 몰두하고, 회식도 1년에 한 번뿐이다. 처음 입사한 직원들이 지나치게 조용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좌우명처럼 하루하루에 집중해 온 그녀는, ‘기술로 세계를 연결하고 삶을 향상시킨다’라는 회사의 비전 아래 35주년을 맞은 아란타를 100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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