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인터뷰 - 《빚의 심리학》 김도종 저자

우리는 지금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을 빌려 쓰는 것이 너무도 쉬워진 세상, 그러나 그 달콤함 뒤에는 개인과 국가를 동시에 위협하는 부채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총부채는 글로벌 GDP의 324% 규모에 달한다. 미국의 저명한 금융학자 하이먼 민스키가 경고한 부채폭발의 시점, ‘민스키 모멘트’가 우리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 같은 현실에 정면으로 맞선 이가 있다. 미국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Arizona Stat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고, 귀국 후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25년간 교수로 재직한 김도종 저자다. 주요 저서로는 《세계의 학생운동》, 《정치심리학》, 《강북에서 우리 아이 대학 보내기》, 소설 《윈스턴의 귀환: Post-1984 디스토피아》 등이 있다. IMF와 OECD가 거듭 경고해 온 부채 문제를 언론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외면하는 현실을 직시하며, 저자 스스로 그 경보를 울리기로 결심하고 6월 19일 《빚의 심리학》을 출간했다.
김도종 저자가 부채 문제에 눈을 뜬 것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빚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모두 할부로 구매했고, 매일 사용하는 신용카드 역시 단기부채라는 인식이 찾아왔다. 나아가 그 자신도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갚느라 약 10년을 고생했다. 다행히 퇴임 전에 대출을 모두 상환했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상환 완료 문자를 받던 순간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늘을 날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그는 2017년 설립한 사단법인 Eastern International을 통해 현재 필리핀과 스리랑카를 중점 지원하며 학교 건축·개보수, 장학금 지급 등 교육사업과 예방접종, 위생환경 개선 등 보건의료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코피노 지원을 계기로 출발한 이 기관은 앞으로 예산이 확보되면 대상 국가를 2~3개국 더 확대할 계획이다.
역사적 사례가 그의 문제의식에 불을 댕겼다. 개인, 기업, 국가의 부채가 늘어나면 언제나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분열이 심화했고, 그 결과는 항상 국가의 몰락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 부의 문제뿐 아니라 이념, 정치 모두 완전히 양극화되어 상대 진영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IMF와 OECD 같은 국제기구들이 지속해서 우려를 표명해 왔고 최근에는 경고까지 주고 있지만, 언론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심도 있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코스피 상승에 따른 경기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집필을 결심했으며, 위기 발생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개인들에게 빚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었을 때 기자로 활동한 경험이 이 문제를 직접 파고드는 용기로 이어졌다.
집필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금융은 경제학에서도 어려운 분야 중 하나이며, 금융전문가들도 금융 전반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에야 파생상품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금융을 보는 관점이 학자나 전문가에 따라 다르다는 점도 어려움이었다. 몇 년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자료를 모은 뒤 1년간 새롭게 공부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1년에 걸쳐 집필을 완성했다. 그의 집필 비결은 꾸준한 메모 습관으로, 책 한 권을 쓰는 데 보통 100쪽짜리 노트 두 권이 필요하다. 분야 전문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도 그만의 집필 방식이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외국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 복잡한 금융시스템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썼다는 점이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부채의 굴레에서 벗어나다, 집필의 출발점
《빚의 심리학》은 우리가 왜 부채에 의존하게 됐는지, 왜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부채 폭탄이 터질 때 어떤 재앙을 맞게 되는지를 다룬다. 현재 세계는 부채로 쌓아 올린 가짜 풍요를 만끽하고 있으며, 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과도한 부채로 인한 심각한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인한 경기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세계화와 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전 세계적으로 노령화 시대가 진행되는 지금, 개인·기업·국가 모두 빚 갚기 어려운 시대가 시작됐다.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부채가 늘어나도 경제는 성장하고 소득은 늘어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너무 피상적으로만 부채 문제를 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동시에 위기 발생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개인들에게 빚의 위험성을 직접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핵심 독자층으로 빚에 익숙해진 모든 국민을 꼽으면서도, 특히 ‘빚 권하는 사회’의 풍조에 물들지 않았으면 하는 젊은 세대를 강조한다. 이미 부채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는 한 푼이라도 빨리 갚을 것을 당부한다. 개인의 경우 원리금 상환액이 실소득의 20%를 넘어서는 순간 빚은 족쇄가 되어버리며, 금리가 1%만 올라도 모든 미래 계획이 악몽으로 변한다.
“잘 살려고 빚을 얻은 것이 아니라 빚을 갚으려고 사는 인생으로 전락합니다.”
이것이 그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가장 강렬한 경고다. 출간 후 독자들의 반응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다”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금융과 부채 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학자가 부채를 다루는 것에 대한 경제학자와 금융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대화해 보면 금융과 부채에 대한 그들의 전문성이 자신보다 낮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그는 말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메시지를 일반인들에게 꾸준히 전파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젊은 기자 시절 금융 분야를 담당했던 그는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이 분야를 들여다보니 새로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그 학습 과정이 오히려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리더들에게, 독자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당부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는 보수가 괜찮은 직장생활을 하다 유학을 결심한 것을 꼽는다. 학업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고생이 많았지만, 시야와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퇴임 후에는 보이지 않는 굴레에서 벗어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치로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이 좋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라”라는 조언을 건넨다. 어떤 학과가 미래를 보장해 줄지 알 수 없으니, 아이의 깡다구를 키워달라는 말도 학부모들에게 전한다.
좌우명으로는 ‘自業自得, 塞翁之馬, 喜怒哀樂, 生老病死’를 벽에 붙여두고 있으며, 독자들에게 권하는 책은 에릭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다.
건강 비결로는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걷기를, 취미로는 장르별·감독별·배우별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화를 보는 것을 들었다. 사람과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영화를 통해 읽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부채 경계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파해 나갈 것이라고 그는 다짐했다. 한 푼이라도 빨리 빚을 갚고 재정적 자유를 되찾는 삶이야말로 그가 《빚의 심리학》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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